"태풍 피해는 면했지만 해갈은 언제쯤"…충남 과수농가의 한숨

입력 2018-08-24 15:27   수정 2018-08-24 15:35

"태풍 피해는 면했지만 해갈은 언제쯤"…충남 과수농가의 한숨
강수량 10∼30㎜ 그쳐…저수율 40%로 전국 최저

(예산=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이번에 태풍까지 맞았으면 농사를 접을 생각이었어요. 이제는 쓰러진 나무 일으켜 세울 힘도 없고…."
충남 예산군 신안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정재현(64) 씨는 24일 "태풍이 오기 전날 예산능금농협조합 작목반 회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했는데, 이번에 태풍 피해까지 봤으면 다들 폐농하자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예산지역 사과 농가는 올해 봄 갑작스러운 이상 저온 현상으로 인한 냉해에 이어 여름 폭염과 가뭄까지 겹치면서 1천25농가가 975ha에서 일소·썩음, 낙과 피해를 봤다.

정씨는 "사과가 햇빛을 본 부위는 까맣게 타서 썩어들어가고 있다"며 "남은 사과도 빨간색으로 착색돼야 하는데 노랗게 변하고, 크기도 복숭아만 하다 보니 상품성이 없어 시장에 내놓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2만여㎡에 달하는 정씨의 사과밭에서 이번 추석에 시장으로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은 전년의 30∼40%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는 "매년 태풍이 들이닥쳐 나무가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는 일을 반복해 왔지만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못할 것 같다"며 "태풍으로 비라도 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해갈은 언제 되려는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안지역 12만여㎡ 밭에서 배농사를 짓는 조한현(44) 씨는 "배나무 이파리가 시들거나 쳐지고, 배가 성장을 멈추는 등 가뭄으로 수확량이 예년보다 20%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비는 흙에 스며들 정도는 아니고 흩뿌리는 수준이었다"며 "낙과 걱정은 했어도, 폭염과 가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요원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천안지역 배 농가들은 이번 폭염과 가뭄으로 배나무가 고사하거나 응애류 등 해충이 확산하면서 출하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피해를 봤다.
당초 제19호 태풍 '솔릭'은 충남 보령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됐지만, 이후 진로가 전남 남서해안으로 변경됨에 따라 충남지역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강수량도 적고 바람도 세지 않아 도내 전체 피해는 논산시 연무읍 한 도로에 나무가 쓰러지는 등 나무 제거 안전조치 6건에 그쳤다.
도 관계자는 "태풍이 지나간 금산과 논산지역 시설채소 재배 비닐하우스, 인삼 재배 농가 등을 중심으로 현장점검을 했는데, 태풍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고 강수량도 적어 서산·태안·보령 간척지 벼 침수나
염해 등과 같은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누적 강수량은 금산 37.0㎜, 공주 29.0㎜, 예산 28.0㎜, 부여 27.5㎜, 계룡 26.5㎜, 아산 23.5㎜, 홍성 22.3㎜, 대전 20.3㎜ 등이다.
이밖에 서천 17.5㎜, 천안 17.3㎜, 보령 16.3㎜, 서산 10.5㎜, 태안 5.0㎜ 등 서북부 지역은 10㎜ 안팎을 기록했다.

이날 기준 충남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40.0%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이는 평년(73.1%)의 54.7% 수준으로, 이미 지난 21일부터 '주의'를 넘어 '경계' 단계가 발효 중이다.
도 관계자는 "유례없는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폭우를 동반한 태풍을 기다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예상했던 경로를 벗어나면서 우리 지역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며 "바람 피해가 없어 다행이긴 하지만 서부권 해갈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j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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