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생활하는 로힝야족이 유혈사태 발생 1주년을 맞은 25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로힝야족 난민 1만5천여명은 이날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쿠투팔롱 수용소에 모여 1년 전 미얀마군이 반군 토벌을 빌미로 자행한 잔혹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두 번 다시는 안 된다 : 로힝야 집단학살 추모', '8월 25일은 암흑의 날', '365일간의 울음, 지금 나는 화났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깃발이 나부꼈다.
여성들은 4개의 검은색 손가락 모양에 '로힝야, 정의, 권리, 귀환' 등 영문 글귀가 인쇄된 흰색 종이를 들고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대는 진흙 범벅인 수용소 경내에서 행진하며 "학살은 그만, 정의를 원한다"고 외쳤고, "우리는 누구?"라는 선창에 "로힝야!"를 외치며 미얀마에서 외면받았던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난민은 "우리는 로힝야족이고 이슬람교도다. 우리가 살던 조국과 고향에서 쫓겨났다. 우리는 정의를 원하며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외쳤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는 100여 명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가 인간 띠를 만들고 로힝야족을 상대로 학살과 성폭행, 방화를 자행한 미얀마 정부를 압박해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핍박받는 동족을 돕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2016년 10월과 지난해 8월 미얀마 경찰 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반군 토벌에 나섰고, 특히 지난해 8월 2차 공격 이후에는 ARSA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뒤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로힝야족 난민이 목숨을 잃었고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유혈사태 초기 한 달간 최소 6천700명의 로힝야족이 학살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반군 토벌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의도적으로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전형적인 '인종청소' 사례로 규정해 비판하고 책임자를 국제 법정에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측은 이런 난민과 국제사회의 주장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해왔으며, 미얀마를 두둔하는 중국과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안보리 차원의 제재도 어려운 상태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는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난민들은 시민권과 신변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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