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경쟁법] 대기업 벤처투자 촉진…벤처지주사 설립요건 완화

입력 2018-08-26 12:00  

[新경쟁법] 대기업 벤처투자 촉진…벤처지주사 설립요건 완화
정보교환에 대한 담합 규율 강화…최저 재판매가 유지행위 일부 허용키로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대기업의 벤처투자 촉진을 위해 일반지주회사가 벤처지주회사를 설립할 때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
가격 등 민감한 정보를 사업자끼리 교환하는 행위에 대한 담합 규제가 강화되고, 유통업자의 지나친 가격 '후려치기'를 막기 위한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가 일부 허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위해 대기업이 벤처회사를 지주사로 설립할 때 지분율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손자회사의 지분을 40%(상장사는 20%),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상장·비상장)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가 벤처지주회사라면 이 벤처지주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이 대폭 내려가게 된다.
자회사 단계의 벤처지주사라면 손자회사의 지분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만 보유하면 된다. 손자회사 단계의 벤처지주사는 보유해야 하는 증손회사의 지분율 기준이 100%에서 50%로 내려간다.
대기업이 기존 지주회사의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벤처지주회사를 설립할 때 벤처지주회사가 확보해야 하는 자회사의 지분보유 부담을 크게 완화한 것이다.
또 벤처지주사가 비계열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한 제한도 폐지해 자유롭게 벤처기업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벤처지주회사의 자산총액 요건도 5천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라는 제한된 수단이 아니라 모든 조직 형태에 적용할 수 있는 벤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 간 가격·생산량 등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를 담합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도 보완됐다.
사업자 간의 가격 정보교환 행위는 일부 시장의 정상적인 경쟁을 제한하는 폐해를 낳고 있지만, 현행법상 규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법원도 담합 소송에서 사업자 간 합의의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어 '라면 담합' 사건처럼 정보교환을 근거로 한 소송에서 공정위가 패소하는 일이 잦다.
대법원은 2015년 12월 농심[004370]의 라면 담합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사업자 간 가격 인상 날짜 등 정보를 교환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 정황만으로 담합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가격·생산량 등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가 금지 유형 중 하나로 추가됐다.
또 사업자 간 행위에 '외형상 일치'가 있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했을 때 사업자 간 합의가 있는 것으로 '법률상 추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담겼다.

다만 공정위가 논의 중인 알고리즘 담합 규제안은 이번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알고리즘 담합은 가격, 거래조건 등을 자동으로 같게 결정하는 것으로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주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제조사가 소비자 가격의 하한선을 정해서 대리점이나 마트 등 유통사가 그 가격 이하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골프용품업체인 테일러메이드코리아는 판매 대리점에 최저 판매가격을 요구했다가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고 이에 불복, 법원에 소송을 냈다.
고등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2012년 8월 공정위가 소비자 후생 증대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최저가를 요구했다는 행위만으로 위법성을 판단했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기업결합 신고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수 대상이 되는 회사의 자산총액·매출액이 신고기준(300억원)에 미달해도 인수 가액이 크면 결합 신고를 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2014년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 기업 왓츠앱을 24조원에 인수했지만, 국내 매출액이 작아 국내에서는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독과점 정책을 만들기 위해 시행하는 시장 분석에 대한 근거도 명시됐다. 또 분석 결과에 대해 소관 부처가 의견을 회신할 수 있도록 했고 시장 분석을 위해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도 구체화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이 공정위의 정책 수립과 법 집행을 위해 연구 업무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이번 개정안에 명시됐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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