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어"…작별상봉장 '눈물바다'(종합2보)

입력 2018-08-26 17:47  

[이산가족상봉]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어"…작별상봉장 '눈물바다'(종합2보)
3시간 마지막 상봉…"통일될 때까지 건강해" 기약없는 이별 앞 오열·탄식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김효정 기자 = "다시 만날 날이 또 있겠지?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야. 가족끼리 만나지도 못하고…."
남측 동생 박유희(83) 씨가 이별을 앞두고 울기 시작하자 북측 언니 박영희(85) 씨는 "통일이 되면…"하고 조용히 달랬다.
그러나 유희씨는 "그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떻게 해"라며 끝내 오열했고, 영희씨는 "내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하며 동생을 다독였다.
26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남북 이산가족들의 작별 상봉과 공동 중식이 진행된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은 다시금 긴 이별 앞에 놓인 가족들의 울음으로 눈물바다가 됐다.
남측 가족들은 이날 작별상봉장에 30분 전부터 도착해 북측 가족이 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렸다. 만나는 순간부터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황보해용(58)씨는 북측의 이부누나 리근숙(84) 씨가 상봉장에 모습을 보이자마자 누나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해용씨와 황보구용(66)씨 등 동생들은 누나의 의자 밑에 무릎을 꿇고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앞선 단체상봉 때는 말수가 적었던 북측 오빠 정선기(89)씨와 남측 여동생 정영기(84)씨 남매도 이날은 만나자마자 오열했다.
영기씨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이고, 아이고",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하며 통곡하자 선기씨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
남매를 지켜보던 북측의 남성 보장성원(지원인력)도 눈가가 벌게졌다.
남측 최고령 참가자인 강정옥(100) 할머니는 북측 동생 강정화(85)씨가 팔을 주물러주자 "아이고 감사합니다, 같이 삽시다"라며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정화씨는 "그러면 얼마나 좋겠수. 마음은 그러나 할 수 없지, 작별해야 해…"라며 아쉬운 마음을 애써 추슬렀다.
비록 기약하기 어려운 이별이지만, 가족들은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시 만날 날을 약속했다.
북측 언니 김정옥(85)씨는 김정자(83)·정숙(81)씨 등 남측 동생들에게 "통일될 때까지 건강하라"고 연신 당부했다. 정숙씨가 손가락으로 '3'을 표시하며 "언니, 요렇게 있다가 다시 만나" 하자 정옥씨는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며 "아냐, 요렇게 있다가 만나자"라고 답했다.
정옥씨는 "울지 말라우. 웃으며 헤어지자우"라며 눈물을 쏟는 동생과 조카들을 달랬다.



"10분 후 작별상봉이 종료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남측 누나 김교남(92) 씨는 북측 동생 김점룡(87) 씨에게 "내년에 또 만나도록 해"라며 노래 '대전블루스'의 한 소절을 불러줬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점룡씨는 누나 교남씨가 부모님 산소 가는 길을 설명하며 "(만난 걸 아시면) 엄마, 아버지가 좋아할 거야"라고 하자 "내가 가야 하는데… 구정에 가야 하는데…."하며 눈물을 훔쳤다.
3시간이 어떻게 흘렀을까. 오후 1시 1분 "작별상봉을 마치겠습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상봉장은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잘 있어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하는 북한 노래 가사가 울려퍼지자 북측 가족들은 먼저 상봉장을 떠나 1층 로비로 내려갔다. 2층 난간은 이들을 한 순간이라도 더 보려는 남측 가족들로 북새통이 됐다.
남측 가족들은 저마다 북측 가족들을 부르면서 손을 흔들며 눈물로 배웅했다. 조재현(52)씨와 조재명(42)는 계단 앞에서 북측 고모인 조옥님(82)씨에게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심인자(76)씨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시간을 붙들어 매고 싶다"며 "잘 사나 정도의 안부라도 묻는 게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북측의 외삼촌 윤병석(91)씨를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2박3일간의 짧은 만남을 마친 81가족 324명의 남측 상봉단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금강산을 떠나 동해선 육로로 귀환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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