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상봉 풍경…'파킨슨병' 편찬옥씨도 北조카에 '삐뚤삐뚤' 손편지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정진 기자 =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의 마지막 일정인 작별상봉이 진행된 26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는 서로를 기억하기 위해 손편지를 주고받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편찬옥(76) 씨는 이날은 기운을 내 북측 조카들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는 중에 손이 굳어 글자를 삐뚤삐뚤했지만 "사랑하는 조카들에게…. 참으로 이렇게 만나 대단히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북측 형에게 건넸다.
북측 리숙희(90) 씨의 남측 여동생 이후남(82) 씨도 북측 조카 리영길(53) 씨의 부인에게 즉석에서 손편지를 건넸다.
"우리 큰 언니 평생동안 잘 모셔 정말 고맙네. 큰 언니 모습 뵈니 너무 좋아 보여서 정말 잘 모셨구나 싶어 많이 기쁘다네"라는 내용이었다.
앞서 리숙희 씨도 전날 몸이 불편해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사촌 언니에게 "언니야. 반세기 동안 혈육 소식을 몰라 하다가 북남 수뇌 배려로 이렇게 상봉이 마련돼 이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구나"로 시작하는 그리움이 담뿍 담긴 편지를 써 남측 가족에게 대신 전해달라며 건넸다.
북측 김인영(86·목원희에서 개명) 씨의 남측 동생 목원선(85)·원구(83) 씨도 "사랑하는 우리 형님 잘 뵙고 돌아갑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조카들과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두꺼운 편지봉투를 건넸다.
또 북측 리상윤(86) 씨는 남측 두 동생의 부인들에게 '두 제수님들 앞으로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편지를 썼다.
말로 다 풀어내지 못한 감격을 시로 풀어내기도 했다.
상봉단에 포함된 오세영(77) 시인은 외가에서 자라며 여덟 살 때 보고 못 본 네 살 아래 북측 사촌 여동생 라종주(72) 씨에게 '사랑하는 동생 종주야'라는 제목의 시를 지어 전날 직접 전달했다.
윤광재(69) 씨도 '어머니의 꽃밭'이라는 제목의 자작시집을 전날 개별상봉 때 북측 작은아버지 윤병석(91) 씨에게 전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지만 책을 낸 적은 없는 윤병석 씨는 "조카가 내 꿈을 이뤘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주소를 건네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이들도 있었다.
북측 자매인 량차옥(82) 씨를 만난 남측의 5자매는 각자 주소와 주민등록번호, 직업 등을 적어 차옥 씨에게 전했다.
북한에서 기자로 오랫동안 일했고 시집을 발간한 경력도 있는 량차옥 씨는 상봉기간 남측 자매들에게 자신이 지은 시를 여러 편 읊어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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