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뭔가 보여드릴게요" 다짐
(팔렘방=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시상식 때까지 밝은 미소를 잃지 않던 '암벽 여제' 김자인(30·디스커버리 ICN)이 무대 뒤로 들어와서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자인은 26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의 월 클라이밍 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승에서 15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암벽 여제'라는 호칭에 다소 걸맞지 않은 결과일 수 있지만 김자인은 시상식 전 인터뷰에서는 밝은 표정으로 "생애 첫 아시안게임이었는데 정말 부담도 많았고 긴장도 컸다"며 "스피드 부문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도쿄 올림픽까지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그것을 위한 좋은 출발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상식을 마치고 들어온 김자인의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고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러자 다시 카메라와 마이크가 김자인에게 향했고 김자인은 "많은 분께서 금메달을 기대하셨을지 모르지만 사실 메달 색과 관계없이 제가 최선을 다해서…"까지 말하다가 결국 말도 잇지 못했다.
잠시 눈물을 닦느라 인터뷰가 중단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 김자인은 "아쉬워서 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혹시 모를 오해를 차단했다.
그는 "저는 동메달을 딴 것이 정말 행복하다"며 "주 종목인 리드 말고 다른 종목까지 3개를 다 한다는 것이 큰 도전이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후련함이 이 눈물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김자인은 또 "제가 우니까 이게 전부 같은데…"라며 눈물을 보인 것에 대해 살짝 자책하기도 했다.
김자인은 빨리 올라가야 하는 스피드 종목에서 결선 진출 6명 가운데 5위로 밀린 것이 아쉬웠다.
볼더링에서도 3위로 중위권에 머물면서 금메달 가능성이 작아졌고 마지막으로 열린 주 종목 리드에서 유일하게 완등에 성공한 것이 의미가 됐다.
그는 "볼더링도 할 만했는데 제가 키가 작다 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하지만 그것이 핑계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콤바인 종목은 이번 대회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중요성이 커졌다.
이 종목에서 '여제'로 군림하는 김자인에게 그만큼 더 큰 기대가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김자인은 "저는 올림픽에서 또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를 올림픽으로 향하는 첫걸음으로 여기고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세 종목을 재미있게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리본으로 머리를 묶고 경기에 출전한 그는 "그냥 제가 저 자신에게 했던 다짐이었기 때문"이라고 리본의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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