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탄 버스 따라 달린 조정기씨 "68년 만에 처음 보고 마지막이 됐어"
너도나도 차창에 손 내밀고 '마지막 인사'…떠난 버스 뒤로 큰절하기도
(금강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정진 기자 =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에 참여한 남북 이산가족들이 짧은 만남을 마치고 눈물의 이별을 했다.
북측 가족들은 26일 2박 3일의 마지막 일정인 작별상봉과 공동점심을 오후 1시께 마친 뒤 평양으로 가는 4대의 버스에 나눠서 탑승했다.
탑승이 완료되자 상봉장에서 대기하던 남측 가족들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가족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내려왔다.
그러자 북측 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버스 창을 열고 손을 내밀며 남측 가족들의 손을 붙잡았다.
북측 조덕용(88) 씨도 이번에 처음 만난 남측 아들 조정기(67) 씨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이자 창문을 열고 통곡했다.
조정기 씨가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오래 사셔야 돼. 그래야 한 번 더 만나지"라고 다독였고, 북측 동생 조학길(61) 씨가 "내가 책임질게요. 내가 잘 모실게요. 건강하세요"라고 울면서 대답했다.
조정기 씨는 "건강하게 사셔서 다음에 또 뵐게요"라고 간절히 외치다 버스가 출발한다는 지원 인력의 말에 언제 다시 잡을 수 있을지 모를 아버지의 손을 놓았다.
조정기 씨는 아버지가 탄 버스가 출발하자 계속 따라가며 손을 흔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남측 이산가족 324명 중 가장 마지막까지 버스를 따라간 이가 조정기씨였다.그는 '잘 보내드렸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68년 만에 처음 보고 마지막이 됐어"라며 먼 산을 바라봤다.
북측 오빠 정선기(89) 씨와 남측 여동생 정영기(84) 씨도 오열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맞잡은 손을 버스가 출발한 뒤에야 놓았다. 버스가 떠난 뒤 정영기 씨는 남측 가족들과 부둥켜 안고 통곡했고 이를 지켜보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기자도 울음을 터트렸다.
남측 오빠 최시욱(84) 씨는 버스 차창 밖으로 나온 북측 여동생 최시연(79) 씨의 손을 꼭 잡으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더니 버스가 출발하자 함께 뛰어가며 오열했다.
버스를 따라가던 일부 남측 가족들은 버스를 향해 울면서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다.
북측 피순애(86) 씨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구급차를 타고 따로 출발했다. 남측 사촌여동생 피영애(81) 씨는 구급차를 따라가며 "언니"라고 외치더니 피순애 씨의 얼굴을 감싸 안고 다급하게 입맞춤을 했다.
남측 상봉단을 태운 버스는 오후 3시25분께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한 뒤 3시37분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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