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모여 20일 훈련하고 금메달…여느 팀들은 최소 1년 이상 호흡
(팔렘방=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우리의 1년은 세계의 10년'이라는 1980년대 노랫말을 2018년 남북의 여자 카누 선수들이 그대로 보여줬다.
26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의 조정 카누 레가타 코스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용선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남북 선수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20일 했어요"라는 말부터 했다.
카누 용선은 10명이 노를 젓고, 북을 치는 드러머와 방향을 조절하는 키잡이 한 명 등 12명이 한 배를 타서 스피드를 겨루는 종목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웬만한 팀들도 1년 이상 호흡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고 긴 팀은 2년 이상 조직력을 맞추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금메달을 따낸 남북 선수들은 7월 말에야 처음 만났다.
서로 이름이나 나이도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만나 한 배를 타고 약 20일 정도 훈련하고서는 비행기로 7시간을 타고 인도네시아까지 온 팀이다.
북측 김광철 감독이 "처음에 남측에 갈 때는 '20일 해서 되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을 정도였다.
그러나 유독 더웠던 올해 충북 충주에서 이들은 하루 세 번씩 훈련에 나가는 고된 일정을 소화하며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이예린(19·한국체대)은 "새벽 4시부터 훈련을 나가고, 정말 하루를 10일처럼 썼다"고 지금 이 순간을 있게 해준 훈련 기간을 떠올렸다.
변은정(20·구리시청) 역시 "함께 훈련한 20일이라는 시간이 저희에게는 1년과도 같았다"며 "굉장히 벅차오른다"고 뜨거워진 마음 상태를 설명했다.
이런 힘들었던 훈련은 이날 예선부터 2위 팀에 3초 이상 앞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발휘됐고 결국 결승에서 중국을 0.3초 정도 따돌리며 남북 단일팀 사상 최초로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로 이어졌다.
중국과 치열한 선두 다툼 끝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배의 분위기를 묻자 변은정은 "됐다, 1등! 1등이야? 1등이다!"라고 답했다.
선수들은 노를 치켜들며 기쁨을 만끽했고 남북 단일팀 선수들에게는 정말 생애에 잊을 수 없는 2018년 여름 인도네시아의 팔렘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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