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잘 던지든 못 던지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 중간 투수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에이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대만전 선발 이틀 전 밝힌 각오다. 승패를 떠나 선발 투수의 책임을 강조한 양현종은 적어도 자신의 약속은 지켰다.
양현종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양현종은 1회초 불의의 투런 홈런을 허용했으나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최종 성적은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실점.
1회초가 아쉬웠다. 대표팀 합류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인지 양현종의 직구에는 힘이 넘쳤다. 대만 타자들의 방망이는 계속해서 타이밍이 늦었다.
자신의 직구에 대만 타자들의 배트가 밀린다는 자신감이 독으로 작용했다.
양현종은 1회초 2사에서 장젠밍에게 좌중간 3루타를 허용한 뒤 린자위에게 좌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린자위에게는 2스트라이크-노볼의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3구째에 한복판 직구를 던졌다가 큰 것을 허용했다. 린자위가 초구, 2구 직구에 모두 헛스윙했기에 3구째에도 정면승부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대회에서는 초반 승부가 대단히 중요하다. 전력 차가 큰 팀들의 승부라 하더라도 한번 흐름이 넘어가면 쉽게 되돌리지 못하고 강팀이 약팀에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국은 선발 양현종이 1회초 2실점하면서 불안한 흐름 속에서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양현종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양현종은 이후 2회초부터 6회초까지 안타 2개만을 허용하며 호투를 이어갔다. 직구 위주의 승부에서 5회초와 6회초에는 결정구로 변화구를 구사하며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양현종이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지키자 타선도 조금씩 힘을 냈다. 한국은 4회말에 터진 김재환(두산 베어스)의 장쾌한 우월 솔로홈런으로 경기를 1점 차 승부로 만들며 추격 모드로 전환했다.
양현종은 현 대표팀 투수 중에서 국제대회 경력이 가장 많다.
2009년 클럽 대항전인 한일클럽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해 아시안게임 등 5번의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제대회에서는 6경기에 등판해 19⅔이닝을 던졌고, 1승과 평균자책점 2.29를 올렸다.
양현종이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나 김광현(SK 와이번스)처럼 괴물과 같은 투구를 한 기억은 별로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언제나 신뢰할만한 투구를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첫 선발 등판에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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