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외교·국방·정보 수장, 동시에 러 찾아 고위급 회동
러 "터키에 이들립 해법 제안"…반군 최후거점 운명, 푸틴·에르도안 손에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내전에서 반대쪽을 각각 지원한 러시아와 터키가 시리아 반군 최후거점의 운명을 놓고 치열한 협상전을 벌이고 있다.
이달 24일 터키 외교·국방·정보 수장이 모스크바로 총출동, 러시아 측 장관급과 회동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이번 고위 회동에서 양측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시리아 반군의 최후 거점인 이들립주(州)의 약 60%는 '급진' 반군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약 30%는 터키 지원을 받는 반군이 각각 통제한다.
HTS는 옛 알카에다 시리아지부 '자바트 알누스라'가 군소조직 합병과 개명(改名) 등을 거쳐 형성한 조직이다.
이들립은 러시아 주도로 지난해 '긴장완화지대', 즉 '안전지대'로 지정돼 휴전에 들어갔다. 일부 지역에 터키군이 주둔하며 휴전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과 남부 국경지역에서 반군에 승리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 군사작전 목표로 이들립을 지목했다.
터키는 이들립에서 본격적인 군사작전이 전개되면 또 다른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이들립에는 기존 주민에다 다른 지역에서 시리아군에 패배한 후 철수한 반군과 가족 등을 합쳐 인구가 3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교장관은 이달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군사적 해법은 이들립뿐만 아니라 시리아 전체의 미래에 재앙"이라면서 "거기 사는 350만명이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미 난민 300만∼350만명을 수용한 터키는 더는 난민을 못 받을 처지다.
반면 러시아는 테러조직은 안전지대의 휴전에서 배제됐다는 합의를 지적하며, 테러조직을 소탕해야 한다고 맞섰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들립을 안전지대로 지정했을 때 그곳이 테러범이 민간인을 방패로 은신하는 곳이 되게끔 할 의도는 없었다"면서 "테러조직은 거기 숨어지내며 수시로 시리아군을 공격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러시아 언론은 이들립 반군이 서방에 시리아 공격 빌미를 주고자 화학공격을 조작하려는 동향을 포착됐다고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장관급 회동에서 러시아는 터키에 이들립에 관한 제안을 전달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사드 정권이 이들립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하더라도 그 범위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시리아군의 이들립 군사작전 전개 여부와 규모, 이들립 관리 방안은 결국 푸틴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합의에 달렸다.
외신은 또 러시아와 터키의 고위 회동이 터키가 미국과 최악의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열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두 정상이 다음달 이스탄불과 테헤란에서 열리는 시리아 사태 논의 정상회의에서 만난다고 25일 전했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시리아 사태 논의 정상회의에는 독일·프랑스 정상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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