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루크 퍼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앞두고 FT 기고
"중국과 관계 재평가하고 독자적 발전모델로 자수성가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자본을 빌려주고 중국 기업을 통해 사회기반시설(인프라)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중국식 발전모델이 아프리카를 실패로 몰아넣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덴마크국제학연구소(DIIS)의 루크 퍼티 선임연구원은 다음 달 3~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2018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를 앞두고 27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FOCAC는 3년 마다 열리는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 정상회의로, 중국을 아프리카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협력자로 각인시키는 무대로 활용된다.
퍼티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10년 전에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작년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 교역 규모는 총 1천700억 달러로,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 교역 규모의 4배에 달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 이전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와 교역을 강화해 왔다.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로 전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구상으로, 시 주석이 집권 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 78개 국가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주로 중국이 중국 국유 은행을 통해 해당 국가에 자본을 빌려주고 중국 국유 기업들을 통해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국은 수단에 수력발전 댐을 건설하고 있고, 나이지리아와 에티오피아에는 새로운 철도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홍해의 요충지인 지부티에 중국 최초의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구상은 사회기반시설 건설이나 군사기지 구축에 그치지 않는다고 퍼티 선임연구원은 주장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의 경제·정치적 발전모델로 자리 잡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금융 지원과 제조업 투자가 산업화와 개발을 촉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퍼티 선임연구원은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의 인프라 주도형 경제발전 모델이 전혀 효율적이지 않으며, 모방하기보다는 피해야 할 모델이라고 퍼티 선임연구원은 주장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추진 중인 인프라 프로젝트의 절반가량이 실적을 내지 못했으며, 해당 국가의 성장을 촉진하기보다는 손해를 입혔고, 막대한 채무 부담을 안겼다고 퍼티 선임연구원은 강조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와 동부 항구 도시 몸바사를 잇는 470km 길이의 철도가 대표적인 예다.
건설 예산 32억 달러의 대부분을 중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지원받고, 중국 건설회사가 철도 건설을 담당했는데, 케냐는 막대한 채무 부담을 떠안게 됐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의 투자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부채 위기로 나타났다고 퍼티 선임연구원은 주장했다.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같은 몇몇 영향력 있는 아프리카인들도 중국의 국가 주도형 성장 모델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퍼티 선임연구원은 ▲중국 일변도의 투자를 지양해 다른 나라의 투자를 끌어들이고 ▲동아프리카공동체(EAC) 같은 지역 공동체를 활용해 중국과의 무역 및 금융지원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의미 있는 기술이전을 얻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퍼티 연구원은 중국식 발전모델이 아프리카를 실패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이 앞으로 현장에서 이런 부정적인 결과들을 무시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론적으로 그는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에 대해 중국과의 관계를 재평가하고 중국식 발전모델을 추종하는 대신에 자신들의 독자적인 발전모델로 자수성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력과 공영, 함께 손잡고 더 긴밀한 중국-아프리카 운명공동체를 건설하자'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FOCAC 정상회의에는 아프리카 국가 정상 대부분이 참석한다.
jj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