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태국 내 비밀감옥이라는 의심을 받아온 냉전 시대 미군기지가 박물관으로 꾸며져 일반에 공개된다고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태국군은 찰럼차이 싯티삿 육군참모총장 지시로 북동부 우돈타니 주(州) 논쑹에 있는 옛 미군 기지인 '라마순 기지' 지하 터널을 박물관 및 관광지로 새 단장 중이며 다음 달 1일부터 일반에 개방할 예정이다.
라마순 기지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5년 미군이 파키스탄부터 중국까지 폭넓은 지역의 무전을 감청하기 위해 세운 이른바 통신기지다.
높이 40m의 철제 기둥 50여 개가 직경 300m의 원을 그리며 서 있어 '코끼리 우리'라는 별칭이 붙은 이곳의 지하 터널은 그동안 여러 차례 미 CIA가 운영해온 태국 내 비밀감옥이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지난 2003년 태국이 동남아시아 테러조직 제마 이슬라미아(JI)의 작전 참모로 알려진 함발리(본명 리두안 이사무딘)를 체포했을 당시, CIA가 그를 이곳에 가두고 고문했다는 추측성 보도가 잇따랐다.
또 지난 5월 CIA 사상 첫 여성 수장이 된 지나 해스펠(61)의 인사 청문 과정에서도 라마순 기지 지하시설이 주목을 받았다.
해스펠이 2002년 '고양이 눈'이라는 암호명의 태국 내 비밀감옥을 운영할 당시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기법을 지휘했느냐가 청문회 관심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라마순 기지와 함께 이곳에서 13㎞가량 떨어진 태국 육군 13포병 대대 등이 태국 내 비밀감옥 의심 시설로 꼽혔다.
일간 방콕포스트는 "태국군이 라마순 기지를 박물관으로 꾸며 일반에 개방하는 것은 이곳이 CIA의 비밀감옥으로 쓰였다는 의심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라마순 기지를 관할하는 태국 육군 13보병연대 1대대의 랏끄릿 댕타이쏭 중령은 "이곳은 비밀감옥이 아니다. 아마도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데다 지하에 터널이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알게 되면서 그런 소문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지 지하에 구축된 300m 길이의 터널은 통행로가 아니라 통신 장비 창고 성격"이라며 "이런 상황을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시설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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