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 쓰레기양 늘면 지역경제도 좋아진다?'…지자체 셈법

입력 2018-08-27 11:09  

'피서철 쓰레기양 늘면 지역경제도 좋아진다?'…지자체 셈법
'해수욕장 쓰레기 늘면 청소 비용 늘지만, 지역경제 파급 효과"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피서객이 예년만치 못합니다." vs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올해 강원 동해안 피서객이 400여만 명이나 감소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피서객 증감 여부를 살펴보는 자료 가운데 하나는 쓰레기 발생량이다.

강릉지역 상가들은 올해 교통 접근성이 개선됐지만, 피서객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게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주민 최모 씨는 "시내의 교통량을 봤을 때 피서객이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면서 "일부 지역은 늘었다고 해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릉시는 폭염으로 동해안 피서객이 400여만 명이나 감소한 상황에서도 경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늘었다는 증거로 쓰레기양이 증가했다는 입장이다.
강릉시에 따르면 올해 경포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93.4t으로 지난해 85.2t보다 9.6%(8.2t) 늘었다.
또 경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지난해보다 4% 증가했다.
시는 매일 경포 해수욕장에 환경미화원 60여 명을 투입했고, 이에 들어간 인건비는 2억원 가까이 됐다.
젊은이들이 밤새워 마시고 버린 술병 등을 새벽부터 치우는 건 고되지만, 쓰레기가 늘어난 만큼 관광객이 늘었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야밤에 백사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많아 올여름 경포해수욕장의 쓰레기가 늘었다"면서 "피서객이 증가하면 식당, 숙박시설, 전통 시장이 다 잘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포해수욕장과 더불어 동해안을 대표하는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의 쓰레기는 올해 줄었다.
망상해수욕장에서 피서철 수거한 쓰레기는 30t으로 지난해 45t보다 15t이 줄었다.
동해시를 찾은 피서객은 올해 177만여 명으로 지난해 364만여 명과 비교하면 51.4% 감소했다.
쓰레기양이 준 것은 의미 있지만,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지자체로는 마냥 반길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시는 "지난해부터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분리해 수거한 결과 작업 시간 및 쓰레기양이 줄고, 일반 쓰레기 처리 비용을 대폭 절감했다"면서도 "피서 경기를 고려하면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는 청정 동해안 자연환경을 희생시키는 대가를 치르고 있어 무시할 상황이 아니다.
1996년 강릉에 침투했던 북한 무장간첩들이 도주로로 삼았을 정도로 깊은 산골인 강릉시 강동면 단경골은 올해 피서객이 곳곳에 버린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쓰레기 매립장과 음식물 처리장에서 나오는 냄새를 합쳐 놓은 듯한 악취까지 진동했다.
버려지는 쓰레기는 마트에서 사 온 음식물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사용하던 냉장고 문짝이나 선풍기까지 다양하다.
이곳은 과거에는 입장료라도 받았지만, 민원이 발생하면서 입장료는 더는 받지 않아 환경 훼손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수거하는 인건비만 부담하는 형국이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계곡 휴식년제를 시행해 자연이 회복할 기회를 주거나 수용 가능한 입장객 수를 정해 무분별한 피서객을 통제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계곡이나 마을관리 휴양지에서 나오는 쓰레기양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청정 계곡이 무분별한 피서객들에 의해 망가지자 강릉의 한 면사무소는 내년에는 이들의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펜스를 보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강동면의 한 주민은 "노인들이 아무리 치워도 피서객의 의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합동 순찰이나 단속을 강화해 쓰레기를 무단 배출하는 피서객을 단속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dm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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