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시신 수색 전문 경찰견 '래리' 근무 중 순직

입력 2018-08-28 07:20  

실종자·시신 수색 전문 경찰견 '래리' 근무 중 순직
대구경찰청, 장례식 후 수목장 엄수…추모동판도 부착하기로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충견 래리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경찰에 배치돼 6년여간 과학수사에 혁혁한 공을 세운 체취증거견이 시신 수색 중 독사에 물려 순직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견은 체취증거견과 탐지견으로 나뉘는데 체취증거견은 정해진 훈련을 받은 뒤 사건 현장에 투입돼 인적·물적 증거물 발견 등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탐지견은 폭발물 탐지가 전문이다.



28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과학수사계 소속 체취증거(Human Scent Evidence)견인 래리(저먼 셰퍼드·수컷)가 지난달 23일 오전 충북 음성군 산에서 실종된 A(50)씨를 수색하다가 독사에게 왼쪽 뒷발등을 물렸다.
래리는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수색을 계속하다가 독사에 물린 뒤 오전 11시 20분께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밤새 통증을 호소하다 이튿날 새벽 5시 30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음성 꽃동네 요양병원에 노모를 모셔두고 인근에서 생활해온 A씨가 한 달여 전 처지를 비관해 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는 신고에 따라 경찰이 수색하던 중이었다.
래리는 생후 1년 6개월가량 된 2012년 8월 대구경찰청에 처음 배치됐다.
숨지기 전까지 6년여 동안 살인 등 전국 주요 강력사건 현장 39곳과 실종자 수색 현장 171곳에 투입돼 사건 해결 단서를 제공하는 등 수많은 공을 세웠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경북 포항시 북구 오천읍 오어지 부근 야산에 매장돼 있던 곽모(43·여)씨의 시신을 발견해 사건 해결의 일등공신이 됐다.
곽씨 시신은 등산로에서 30m 가량 떨어진 땅속 60∼70㎝에 묻혀 있었고 용의자인 남편은 "아내가 실종됐다"고 신고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여서 래리가 없었다면 사건이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순직한 래리가 그동안 쌓은 공을 고려해 경북 청도에 있는 반려동물 전문장례식장에서 사체를 화장하고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장례식에는 그동안 래리를 자식처럼 아끼고 관리해온 '핸들러'들도 참석해 명복을 빌었다.
경찰은 래리를 기리기 위해 A3 크기로 래리의 사진과 공적 등을 기록한 추모동판을 만들어 과학수사계 입구에 달기로 했다.
래리의 핸들러로 활동해온 안성헌(33) 순경은 "평생 의로운 일만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래리가 이제는 좋은 곳에 가서 편안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셰퍼드 평균 수명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래리의 죽음은 2012년부터 전국 지방경찰청에 배치된 체취증거견 16마리 가운데 첫 번째 순직 사례다.
du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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