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 보상금 피하려는 꼼수" 비난에 "연료 절약·항공료 인하" 반박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항공 관련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항공기 운항시간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승객들로부터 제시간에 도착했다는 만족감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 이외에 지연 도착에 따른 보상금을 회피하려는 항공사의 전략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여행전문잡지 '휘치?트래블'(Which? Travel)은 글로벌 대형 항공사가 운영 중인 125개 항공노선을 대상으로 2009년과 지난해의 평균 운항시간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전체의 61% 76개 노선에서 운항시간이 10년 전보다 늘어났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 전했다.
영국항공의 경우 전체 항공기 가운데 87%가 10년 전보다 운항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언에어는 82%, 버진애틀랜틱은 75%, 이지젯은 62%로 각각 파악됐다.
항공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항공사들이 운항시간을 10년 전보다 더 늘려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항공은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태국 방콕과 미국 뉴욕, 그리고 싱가포르 행 항공기 운항시간을 20분 각각 늘렸다.
버진애틀랜틱은 히스로공항에서 미 뉴저지 뉴어크 리버티 공항까지의 항공시간을 35분 연장했다.
휘치?트래블 편집장 로리 볼런드는 "항공사들은 항공시간 연장을 통해 정시 도착 성과를 개선하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정시에 도착했다며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항공시간을 늘리는 것은 지연 도착에 따른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크랜필드대 항공경영학과 교수 케이스 메이슨은 "항공사들은 자신들에게 스스로 재량권을 부여해 정기적으로 운항시간 재조정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지연 도착 사례가 발생하게 되면 그날 이후 항공일정에 연쇄적으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항공사들이 겪게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항공사들은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더 낮은 속도로 비행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항공료를 낮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운항시간 연장 조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 사이 유럽 대형 항공사들의 정시 도착률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항공과 이지젯, 라이언에어의 경우 지난해 항공기 정시 도착률이 2009년에 비해 모두 낮아졌다.
유럽연합(EU)은 3시간 이상 연착을 하게 되면 승객들이 해당 항공사를 상대로 최대 600유로(77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요구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날씨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지연 도착에 따른 보상의무가 없다.
영국항공은 유럽 주요 공항의 경우 공항 혼잡도가 10년 전보다 상승했기 때문에 운항시간이 자연스럽게 연장됐다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