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대중을 학대하는 권력자들을 가장 증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매케인은 낭만주의적 운명론자".
원칙과 대의,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의 정치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타계에 미국 정계가 초당적 애도를 표하고 나선 가운데 매케인 의원은 이상주의적일 만큼 민주주의 정치적 가치에 열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적 현실론이나 정략은 그에게는 설 자리가 없었다.
미시사지 애틀랜틱도 26일(현지시간) 매케인 의원의 정치적 역정을 조명하는 가운데 미 정치인 가운데 이례적일 정도로 원칙과 대의에 집착한 '낭만주의적 운명론자'였다고 지적했다.
매케인 의원이 평생의 정치역정을 통해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독재에 대한 거부였다. 특히 힘없는 대중을 학대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투쟁은 그의 확고한 신념이었다고 애틀랜틱은 강조했다. 증오의 대상에 대해서는 정치적, 외교적 고려 없이 직설적으로 적대감을 표출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정권이다.
또 러시아로부터 침략과 각종 압박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도 확고하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방어할 수 있도록 무기를 공급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기를 공급할 경우 러시아에 대적하기 힘든 데다 러시아에 추가 침공 구실만 줄 것이라는 나름대로 일리 있는 이유로 무기 공급을 자제했으나 매케인 의원은 "대중들이 자유를 위해 싸울 때는 우리가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냥 죽는 것보다 당당하게 싸우다 죽는 것이 낫다'는 명예로운 소신이다.
애틀랜틱은 그의 명예에 대한 생각과 소설가 헤밍웨이로부터 영향을 받은 낭만주의적 운명론이 대부분의 정치인과 다른 결론으로 이끌게 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전을 일관되게 지지했다. 이라크전이 당초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많은 비판과 지지철회가 이어졌지만, 그는 지속해서 지지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에 대한 증오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 자신은 '사담을 증오한다'고 공공연히 떠들면서 사담이 살인을 통해 통치하고 있으며 "우리는 히틀러가 다시 도래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쿠르드족을 학살하는 등 사담의 만행이 그를 극도로 분노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첫 번째 국방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가 매케인 의원이 가장 혐오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불신받게 된 것은 당시 럼즈펠드 장관의 오만과 무능 때문이었다면서 럼즈펠드가 '최악'이었다고 매몰찬 평가를 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럼즈펠드 장관 개인 탓이 아니며 당시 중동의 복잡한 정세를 고려할 때 아무리 탁월한 국방장관이 오더라도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반론에 매케인 의원은 '집단부족학살'(제노사이드)을 지적했다.
이는 도덕적으로 최고의 가치인 만큼 집단학살이 벌어지도록 방치한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매케인 의원은 인터뷰를 통해 홀로코스트 이후(포스트) 시대 세계에서는 모든 문명인과 문명 민족 정부는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비관용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면서 이는 역사가 주는 모든 교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전에서 포로가 됐을 당시 베트남 당국의 석방제의를 거부한 것은 원칙과 명예에 대한 그의 신념을 보여준다. 베트남 측은 매케인 의원의 부친이 당시 베트남 지역 해군 사령관으로 부임하자 정치적,선전적 목적에서 다른 포로들보다 빨리 석방할 것을 제의했으나 매케인 의원은 다른 동료 포로들보다 빨리 석방되는 것을 거부했다.
또 그가 석방을 거부한 직후 부친은 북베트남 지역에 대한 폭격을 단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러시아의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유명하다. 그의 조수격인 마크 샐터 전 비서실장은 매케인 의원이 푸틴의 존재와 일부 미국인들이 푸틴의 본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좌절하고 있다고 애틀랜틱에 밝혔다.
아울러 푸틴과 같은 인물은 세계 어느 곳에나 있는 만큼 신이 부여한 능력을 통해 그들에 대항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매케인 의원은 또 정치인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인터뷰를 통해 자기회의 또는 자기인식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통상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자기회의를 드러내는 것은 드물고 이에 대한 보상도 없으나 매케인 의원은 인간의 본성과 자기 자신의 본성을 이해했으며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위대한 시험의 시기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매케인 의원은 또 헝가리의 권위주의 정부에 항거하고 있는 민주주의 야당을 지원하고 헝가리 정부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전격적으로 부다페스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충분치 않은 가치를 다른 나라에서 설파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질문에 "그건 사실이나 이상은 항상 위대하며 완벽하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종의 가치들이다"고 성향을 드러냈다.
매케인 의원의 선거 고문이었던 스티브 슈미트는 매케인 의원 타계 후 "그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조국을 완벽하게 사랑했다"고 추모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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