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하늘이 '비트 물을 들인 석류 빛깔'로 물든다. 바람은 상냥하게 뺨을 간질이고, 바다는 잔잔하게 일렁인다. 이런 바다라면 배 한 척만으로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을 듯하다.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까지 함께 있다면 어떨까. 연인과 단둘이 바다를 여행하다 아름다운 무인도를 발견하면 육지에 내려 실컷 자연을 즐기고 마음 내킬 때 다시 항해를 시작한다. 상상만으로도 낭만의 바다에 빠져들 듯하다.
영화 '어드리프트'(Adrift·표류)의 주인공 '태미'(쉐일린 우들린 분)와 '리처드'(샘 클라플린 분) 역시 이런 생각으로 둘만의 항해를 시작한다.
그러나 바다는 만만치 않다. 두 사람의 보트는 타히티에서 출발해 샌디에이고로 향하던 중 허리케인에 휘말린다. 3개 돛대는 모두 부러지고 물과 식량도 대부분 파도에 휩쓸려가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리처드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다리가 으스러지고 만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태미뿐. 태평양 한가운데서 두 사람의 표류가 시작된다.
'어드리프트'는 1998년 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태미 올드햄의 저서 '슬픔의 붉은 바다'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저자의 이름이 영화 주인공과 같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태미 올드햄은 실제로 41일간 태평양을 표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41일간의 표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쪽은 항해 경험이라고는 요트에서 요리사라 일한 것이 전부인 태미다.
태미는 구명보트에 매달려 간신히 목숨을 건진 리처드를 구해내고 부서진 요트를 수리하는 등 놀라운 생존능력을 보여준다.
전혀 움직일 수 없는 리처드는 사실상 생존 확률을 낮추는 존재지만 태미는 끝까지 그를 돌보며 정신적으로 그에게 의지한다.
리처드에 대한 사랑과 그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태미의 생존능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 영화가 조난 영화가 아닌 로맨스 영화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자 영화는 극적인 반전을 맞이한다. 태미는 생존을 위해 리처드에게 의지하려던 마음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태미 역을 맡은 쉐일린 우들리는 미국 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에 니콜 키드먼, 리스 위더스푼 등 톱스타와 함께 출연해 이들에게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선보였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10대 임산부 연기를 비롯해 파격적인 노출 장면도 마다치 않는 등 작품을 위해서라면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평을 들은 우들리는 이번 작에서도 표류가 길어질수록 쇠약해지는 태미를 표현하기 위해 2주간 연어 통조림 한 캔으로 하루를 버텼다고 한다.
'미 비포 유'를 통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꽃미남' 대열에 합류한 샘 클라플린 역시 3달 동안 16㎏을 감량하고 부상으로 신음하는 리처드를 연기했다. 9월 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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