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높이뛰기를 즐기는 선수…한국 기록도 깨고, 다 보여주겠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우상혁(22·서천군청)은 자신을 소개할 때 "강한 심장을 가졌다"고 말한다.
큰 무대에서도 떨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랬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높이뛰기 결선에 나선 선수 13명 중 우상혁은 두 번째로 어렸다.
하지만 "경기를 가장 즐기는 사람은 나"라는 생각으로, 관중의 박수를 유도하고 웃으며 바를 넘었다. 화려한 세리머니도 펼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내가 다크호스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한 우상혁은 자신의 시즌 최고 타이인 2m28을 뛰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m30을 넘은 1위 강유(중국)를 마지막까지 압박했다.
2위가 확정된 뒤, 아주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던 우상혁은 곧 밝은 표정으로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뒤 만난 우상혁은 "기분 좋다.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며 "나보다 좋은 개인 최고 기록을 가진 선수들이 오늘은 내 뒤에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우상혁은 늘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나는 스물두 살이다. 아직 젊다. 다른 선수들이 울고 있을 때, 나는 웃는다"며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드러내며 "누구보다 높이뛰기를 즐긴다. 그래서 다른 선수보다 더 큰 경기에 강하다"고 자신의 장점을 열거했다.
우상혁은 2013년 세계청소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m20을 기록,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4년 세계주니어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는 2m24로 동메달을 땄다.
성인 무대에 진입한 뒤에는 기준 기록을 넘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에 나섰다.
리우올림픽에서는 2m26, 런던 세계선수권에서는 2m22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우상혁은 주눅들지 않았다.
우상혁은 "나는 이제 스물 둘"이라고 재차 '젊음'을 강조하며 "2019년 카타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20년 도쿄올림픽에 모든 것을 맞춰 준비해왔다. 2016년 리우, 2017년 런던의 경험이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대회 시상대에 서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고된 훈련을 견딘다.
우상혁은 "세계선수권에서 메달 따고, 도쿄올림픽에서도 메달 따고"라고 흥겹게 외치며 "한국기록(2m34)을 깰 준비도 다 했다. 계속 전진해서 다 보여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밝은 성격의 우상혁도 '고마운 사람'을 떠올리면 울컥한다.
우상혁은 이미 높은 벽을 한 번 넘어섰다. 그는 8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유증으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작다.
그런 그를 윤종형 감독이 발탁해 높이뛰기로 이끌었다. 가족은 그를 위해 헌신했다.
우상혁은 "제 아버지와 다름없는 윤종형 감독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독님께 더 열심히 배워서 올림픽 메달 따겠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인 뒤 "나를 위해 힘써주시는 육상연맹 관계자, 스태프들께도 감사 인사 전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우경원 씨), 어머니(송민선 씨) 사랑합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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