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에 환호…거리로 뛰쳐나와 북·꽹과리 치며 흥분
베트남 총리도 경기 직후 국영TV 통해 박 감독과 선수단 축하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27일 베트남이 발칵 뒤집혔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이날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처음 4강에 진출하면서 베트남 축구역사를 다시 쓰자 전 국민이 열광했다.
[민영규 특파원 촬영]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2차례 16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신화를 만든 박항서의 매직이 이번에도 통하자 모두가 흥분했다.
한국과의 4강전을 알리는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환호와 박수로 승리를 자축했고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베트남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국기를 흔들며 춤추고 노래했다. 폭죽을 터트리거나 나팔을 불었고, 북과 꽹과리를 치며 축하했다.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몰고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면서 행인들과 함께 '베트남, 꼬렌(파이팅)'을 외치며 기뻐했고 밤늦게까지 승리의 환호성이 거리를 덮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비롯해 곳곳에서 비가 내렸지만,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노이 구도심 호안끼엠 호수 근처 식당에서 지인들과 함께 박항서 호의 선전을 응원했던 타인(36)은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얼싸안으며 "땡큐 박항서, 땡큐 코리아"를 외쳤다.
그는 "너무나 행복하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도 박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박항서 호가 성공 신화를 이어 나가기를 바라는 글이 쇄도했다.
특히 박 감독이 경기 직후 페이스북 계정에 "베트남 모든 팬에게 감사드린다. 우리가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글을 올리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한 네티즌은 "아저씨가 경기에 이기고 웃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당신이 해낸 모든 일에 감사드린다"면서 "우리는 박 감독님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다음 경기는 박 감독의 나라 한국과 펼치는 것이라 선택하기 곤란하겠지만 그래도 승리를 기원한다는 글을 올린 네티즌도 있었다.
베트남 국영 온라인 매체인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은 "해냈다. 베트남이 아시안게임에서 준결승에 진출해 축구역사를 다시 쓰면서 열광하고 있다"면서 박항서 매직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도 경기 직후 국영 TV를 통해 박 감독과 훈련위원회,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베트남의 사상 첫 아시안게임 8강전이 펼쳐지자 하노이시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식당과 카페, 주점에서는 박항서 호의 선전을 기원하는 단체 응원전이 펼쳐졌다.
축구 경기를 생중계하는 TV나 대형 스크린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손님으로 가득 찼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팬들은 자국 선수들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때는 아쉬움의 탄성을, 위기의 순간을 넘길 때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호흡을 같이했다.
인도네시아 현지로 가 경기를 직접 보면서 응원하려는 요구도 커 베트남항공은 이날 특별기 3편을 띄웠다.
한국과 베트남은 오는 29일(한국시간 오후 6시)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결승진출을 놓고 일전을 펼친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