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인종청소' 책임 미얀마 장군들, 국제법정에 설까

입력 2018-08-28 10:52  

로힝야족 '인종청소' 책임 미얀마 장군들, 국제법정에 설까
유엔 조사단, 제노사이드·반인도범죄 인정…ICC 회부 쉽지 않아
군부 통제권 없는 아웅산 수치 기소 가능성도 희박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유엔 진상조사단이 미얀마 군부에 의한 '제노사이드(대량 학살), 반인도주의 범죄, 전쟁범죄를 인정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보고서가 향후 미얀마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인도네시아 검찰총장이 주도한 조사단이 27일 내놓은 보고서의 요지는 미얀마군이 '인종청소' 의도를 갖고 로힝야족을 대량 학살하고 집단 성폭행 등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또 북부 카친 주와 샨 주에서 미얀마군이 벌이는 소수민족 반군과의 내전 과정에서도 전쟁범죄로 인정할만한 부분이 있는 만큼, 책임자들을 중범죄 혐의로 국제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위가 지목한 이들 범죄 책임자는 미얀마 군부 일인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부사령관인 소에 윈, 특수작전 3국장인 아웅 초 조 중장, 서부지역 사령관인 마웅 마웅 소에 소장, 33 경보병 여단장 아웅 아웅 준장, 99 경보병 여단장 탄 우 준장 등 6명이다.
보고서는 국제재판소가 '탓마도'(Tatmadaw)로 불리는 미얀마 군부 수뇌를 기소할 증거는 충분하다면서 국제사회가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야 하며 유엔 헌장에 따른 집단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유엔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등에서 책임자 처벌을 위한 외교적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엔이 집단학살과 반인도범죄의 책임자로 지목한 미얀마군 수뇌부를 국제법정에 세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98년 채택된 로마 규정은 대량학살, 비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기소권은 로마 규정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에게 있다.
미얀마 정부는 로마 규정 당사국이 아닌 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대로 로힝야족 인종청소 사태 관련자 제재 등도 추진하지 못했다.



결국,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울 길은 르완다 학살 및 유고 전범재판처럼 ICC가 독립적으로 관할권을 행사해 수사하고 관련자를 기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유엔이 안보리를 거치지 않고 ICC를 통해 독립적인 재판을 추진하더라도, 범죄 용의자들의 법정 출두 등을 위해서는 미얀마의 협조가 필수인 데다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실제 처벌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국제법정을 통한 처벌이 어렵더라도 국제법상 범죄 혐의자들에 대한 표적 제재는 가능하다. 최근 미국은 로힝야 인종청소의 책임이 있는 군경 지휘관 3명과 2개 부대에 관해 자산동결, 여행 금지, 교역 금지 등 제재를 단행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도 이런 방식의 제재를 추진할 수 있다.
유엔의 강력한 보고서 공개 후 주목되는 후속 조처 가운데 하나는 로힝야 사태를 외면하거나 감쌌다는 비판을 받는 문민정부 지도자 아웅산 수치에 관한 것이다.
보고서는 수치 국가자문역이 주도하는 미얀마 문민정부도 로힝야족을 겨냥한 증오표현을 사실상 허용하고, 문서 기록들을 폐기했으며 군부의 반인권 범죄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문민정부가 군부를 통제할 권한이 없으므로 수치가 군부의 로힝야족 공격 계획을 알 수 없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BBC 방송은 "유엔 보고서는 군부의 인권 유린을 막기 위해 수치가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활용하지 않았고, 증오를 유발하는 표현을 허용했으며, 문서 기록을 폐기했다고 비판하지만, 민간정부의 군부 통제권이 없다는 점을 명시한 만큼 수치가 기소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핍박받는 동족을 돕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2016년 10월과 지난해 8월 미얀마 경찰 초소 등을 급습했다.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반군 토벌에 나섰고, 특히 지난해 8월 2차 공격 이후에는 ARSA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뒤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로힝야족 난민이 목숨을 잃었고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유혈사태 초기 한 달간 최소 6천700명의 로힝야족이 학살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반군 토벌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의도적으로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전형적인 '인종청소' 사례로 규정해 비판하고 책임자를 국제법정에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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