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미국 불참 탓인 듯…"나중에 다시 회담 개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러시아가 다음 달 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개최하려던 아프가니스탄-탈레반 평화회담이 무산됐다.
회담의 한 축인 아프간 정부와 미국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회담 개최 동력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프간 대통령궁은 27일 성명에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전화통화를 하고 내달 평화회담에 대해 논의한 끝에 연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아프간 톨로뉴스가 28일 전했다.
성명은 "양측은 나중에 다시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언급했지만 대략적인 시기조차 언급되지 못했다. 사실상 회담이 무산된 셈이다.
이에 러시아 외교부도 AFP통신에 "가니 대통령은 이 같은 회담 개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하지만 정부 입장 등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애초 이번 회담은 러시아가 의욕을 보이며 추진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해 당사국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러시아는 아프간 정부, 아프간 반군 탈레반 등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 대표단까지 모스크바로 초청해 평화 해법을 찾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탈레반 외에는 대부분 회담 참가에 부정적 태도를 드러냈다.
최근 탈레반과 물밑 평화회담을 별도로 추진하던 미국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협상은 평화조성에 별다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 같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도 "우리는 외국 개입 없이 탈레반과 직접 대화할 것"이라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가니 대통령은 27일 성명에서도 평화회담은 아프간이 주최하고 리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초청국 관계자도 아프간 정부 등이 불참하면 모스크바 평화회담 참석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며 최근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회담을 열어봐야 '반쪽짜리'에 그칠 것을 우려한 러시아로서는 행사 연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4월에는 아프간, 인도, 이란, 중국,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지역 독립국가연합(CIS) 5개국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프간 관련 국제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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