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준비기일…국세청장과 뇌물 거래 혐의도 "국세청과 협력한 것뿐" 부인
호텔객실 사적 사용 혐의 두고는 "북한과 관계에서 쓸 용도 있었다" 주장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국가정보원의 대북공작금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조사'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측이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에 사용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28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할 의무는 없어 원 전 원장은 이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은 2010∼2012년 대북 업무에 쓰도록 책정된 대북공작금 10억원가량을 빼돌려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데 쓴 혐의(특가법상 국고손실)를 받는다.
국정원은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미국에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풍문을 확인하고자 원 전 원장 지시에 따라 '데이비드슨'이라는 작전명을 붙여 뒷조사를 벌였다.
2011년 말엔 사행성 도박게임 '바다이야기' 사건에 연루돼 해외 도피 중이던 A씨가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풍문을 듣고 그를 국내에 압송하는 일명 '연어' 사업을 추진하면서 8천여만원의 대북공작비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이런 의혹들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원 전 원장 측은 데이비드슨 사업에 대해 "전제 자체가 김대중 비자금 추적 사업이라고 못 박고 있지만 그게 아니라 2년여에 걸쳐 장기간 이뤄진 것이다"며 "해외 정보원으로부터 북한과 연결돼 있다는 정보를 얻은 것으로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연어 사업에 대해서도 "바다이야기가 국내에 큰 파급력을 미쳐서 저런 범죄자가 해외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에 대해 국내로 송환하란 정도의 얘기였다"며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사업체의 수익금이 재원인데 어떤 시기에 어떻게 사용되고 활용되는지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현동 당시 국세청장에게 국정원 자금 중 1억 2천만원을 활동비 명목의 뇌물로 건넨 혐의에 대해서는 "국세청에서 역외탈세 조사에 예산이 없다는 말을 듣고 도와주란 말을 했을 뿐이다. 국가기관 간에 협력한 것뿐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무에 불필요한 서울 시내 한 최고급 호텔 객실을 장기간 임차해 국고에 손실을 입힌 혐의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관계에서 쓸 용도가 있었던 것으로 사적 용도 사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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