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노동부 거쳐 대법에 제출된 듯…검찰, 행정처 역할 수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방현덕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014년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소송을 심리하던 대법원에 서류가 제출되는 과정에 청와대가 직접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고용노동부 관계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4년 10월8일 대법원 재판부에 접수한 재항고 이유서를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아 제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고용노동부가 주무부처로서 소송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게 정상이지만, 청와대가 소송에 직접 개입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노동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 하드디스크에서 확보한 '(141007)재항고 이유서(전교조-final)' 문건과 실제 대법원 재판부에 제출된 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 등을 대조·분석하고 관련자를 소환 조사한 결과 이렇게 잠정 결론 내렸다.
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 작성에 관여한 변호사들은 검찰 조사에서 실제 대법원 재판부에 접수된 문건은 자신들이 작성한 게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노동부 공무원들 역시 이런 사실관계를 부인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법원에 서류가 접수되기 전날 작성된 것으로 돼 있는 '재항고 이유서' 문건이 법원행정처에서 발견된 점, 기록 접수 열흘 전 행정처가 '전교조 항소심 효력정지 결정 문제점 검토' 문건을 만든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부가 맡아야 할 소송이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사이의 물밑 거래 속에서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전교조 항소심 효력정지 결정 문제점 검토' 문건을 통해 노동부의 입장에서 소송을 분석했고, 재항고 이유서 역시 같은 논리구조를 갖춘 점으로 미뤄 청와대와 소송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재판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재항고심이 진행 중이던 2014년 12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에서 시나리오별 청와대의 입장을 '상당한 손해', '상당한 이득' 등으로 분석했다. 대법원이 추진 중인 사업에 미칠 영향도 함께 분석한 뒤 재항고를 받아들이는 게 양측에 모두 이득이라고 결론 내렸다.
실제로 대법원이 양 전 원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를 두 달 앞둔 이듬해 6월 노동부의 재항고를 인용하면서 전교조는 다시 법외노조 상태가 됐다. 이 결정을 사법부의 '국정운영 협력사례'로 언급하는 법원행정처 문건도 공개된 상태다.
한편 검찰은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유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법원행정처에 관련 자료의 임의제출을 거부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산하 실·국에서 근무한 심의관들과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문건들을 임의제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법원행정처는 처장과 기획조정실 심의관들이 쓰던 PC 하드디스크만 분석을 허용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관계자 참관 하에 문건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범죄 혐의와 관련성 등을 따져 문서파일을 제출받고 있다. 7월 초부터 2개월 가까이 진행 중인 임의제출 과정에서 확보한 문건은 1천 건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 문건 대부분이 임 전 차장의 USB에 담긴 파일인 데다 그마저도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국제심의관실 등 다른 부서의 자료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 심의관들 상당수는 검찰 조사에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문건의 일부는 자신이 쓴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심의관들로부터 보고받은 문건을 직접 수정하거나 다른 심의관에게 보완을 요구하는 식으로 작업한 것으로 보고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 등의 심의관들이 작성한 문건 원본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이 생성될 당시 자료와 임 전 차장에게서 확보한 문건을 비교해야 작성 경위를 파악할 수 있다. 복잡한 법리가 필요한 얘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