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거사위 재조사 권고에 따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검찰이 '부랑인 수용시설'이던 형제복지원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29일 오후 회의를 열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재수사가 진행 중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 확정판결에 법령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잘못을 바로잡아달라며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비상절차다.
검찰총장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법무부 산하인 검찰과거사위가 아니라 대검 검찰개혁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검찰개혁위 관계자는 "비상상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법무부 산하인 검찰과거사위에서 이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검찰개혁위가 직접 논의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상당수 위원들이 비상상고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된 형제복지원은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 봐도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운영되며 513명이 사망했고, 그들의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해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린다.
검찰은 1987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에 대한 수사를 실시해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과거사위는 지난 4월 위헌인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했다. 검찰은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대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당시 수사과정에서 윗선의 수사방해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김용원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형제복지원 부산 본원 수사를 실시하려 했지만 부산지검장과 차장검사가 조사를 좌절시켰다"며 "수사방해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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