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2회 연속 메달…"후배들 많이 나와서 같이 경쟁했으면"
(자카르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4년 전, 임은지(29·성남시청)는 한국 여자장대높이뛰기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동메달)가 된 뒤, 눈물을 흘렸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 지독한 부진이 이어진 3년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임은지는 또 시상대에 올랐다.
이번에도 임은지는 "최근 3년 동안 부상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밝게 웃었다.
목표가 생기니, 버티는 힘도 생겼다.
임은지는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여자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4m 20을 뛰어 3위를 차지했다. 한국 여자장대높이뛰기와 임은지가 만든 아시안게임 두 번째 메달이다. 한국 여자장대높이뛰기 선수 중 아시안게임 메달을 보유한 이는 임은지뿐이다.
임은지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부상이 이어져 결국 진천선수촌을 나왔다. 간혹 경기를 뛰긴 했지만, 재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많은 분의 도움으로 많이 회복했고 아시안게임까지 나왔다. 그리고 목표로 했던 메달을 땄다"고 밝게 웃었다.
아시안게임 메달이 안기는 희열을 경험한 임은지는, 그 기억을 진통제로 삼아 버티고 또 버텼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임은지는 "재활을 오래 하느라 아시안게임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 점은 속상하다"고 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여자장대높이뛰기는 임은지만을 바라봤다. 임은지는 빛나는 동메달로 화답했다.
이제 임은지는 '여자장대높이뛰기'와 '후배'를 챙기고 싶어 한다.
그는 "지금 한국에는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선수 자체가 부족하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내가 메달을 따야, 호기심을 가지고 장대높이뛰기를 시작하는 유망주가 생길 것'이란 생각도 했다"며 "장대높이뛰기는 정말 재밌는 종목이다. 내가 앞장서서 어린 선수들에게 장대높이뛰기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그 후배들과 경쟁하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물론 개인 기록에 대한 의욕도 여전하다.
2018 아시안게임 여자장대높이뛰기 1위 리링(중국, 4m60)은 임은지와 동갑이다. 임은지는 "리링은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국제대회에서 뛰어 친숙한 선수다. 오늘도 서로 응원했다"며 "예전에 '은퇴하기 전에 리링을 꼭 이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리링은 나처럼 4m20 정도를 뛰는 선수였다. 리링을 응원하지만, 나도 리링을 따라잡고 싶다"고 했다.
서른이 눈앞이지만, 임은지는 더 높이 날아오를 생각이다.
그는 "내 기록(4m35)은 물론 한국 기록(4m41)도 깨고 싶다. 차근차근히 해낼 것"이라며 "서른이 가까워져 오니 몸이 더 좋아진다"고 밝게 웃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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