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반발' 한미훈련재개카드 꺼낸 美…'훈련-협상' 연계 대북압박

입력 2018-08-29 06:28   수정 2018-08-29 16:34

'北반발' 한미훈련재개카드 꺼낸 美…'훈련-협상' 연계 대북압박
폼페이오 방북취소 이어 강한 대북메시지…협상교착 실망 반영한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6·12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로 '유예'된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현재로서는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며 재개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의 비핵화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는 북한을 향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취소라는 '극약 처방'을 한지 나흘 만에 북한이 불가침 및 체제안전 조치 차원에서 예민해 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인 셈이다.
매티스 장관의 이날 발언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고 있다는 최근 보도에 비춰볼 때 이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할 시간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애초 이 질문은 던퍼드 합참의장을 향한 것이지만 매티스 장관이 자청해 답변에 나섰다.

매티스 장관은 현재로서는 더이상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걸 전제로 하면서 "우리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미래를 헤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점칠 수는 없다.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자"라고 했다.
대북 전면전을 가정한 대규모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국지도발에 대비한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 등 이미 중단한 훈련 외에 나머지 훈련들의 경우 현 시점에선 기존 계획에 변동이 없지만, 내년 UFG 실시 여부 등 구체적인 재개 상황은 비핵화 협상에 연동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매티스 장관은 다만 '내년에 훈련이 재개된다면 '도발적 조치'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식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 자체가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교가 진전될 수 있도록 하자. 우리는 외교관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협상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언어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협상을 여러번 언급했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현재로서는'이라는 단서를 단 데다 비핵화 협상과 연계해 한미연합훈련을 언급한 한 점에서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북미협상이 난관을 만난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훈련 재개 시사에 대해 북측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 이후 북미 간의 긴장이 더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워 게임'(war games)으로 부르며 중단하겠다고 했고, 실제 한미 국방 당국은 그 후속조치로 올해 예정된 UFG, KMEP를 중단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 비핵화 초기 조치 등 충분한 상응 조치를 담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양보했다며 비판론도 적지 않았다.
후폭풍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조치에 대해 "훈련비용이 아주 많이 들어가고 선의의 협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즉시 시작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멈춰 설 위기를 맞은 현시점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북한을 겨냥한 강력한 압박 차원으로 읽힌다.
미국이 취한 '선의의 조치'에도 불구, 북한이 지금처럼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요구 등으로 맞서며 계속 비핵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 '가역적 조치'들을 거둬들이고 초강경 대응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이는 북한이 여러 지렛대를 활용하며 대미 압박 드라이브를 걸더라도 그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고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기 싸움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취소 이후 "최근 미군 특수부대들이 일본과 필리핀, 그리고 남조선의 진해 해군기지에 기어들어 우리를 겨냥한 비밀훈련을 벌리고 있는 사실이 폭로되었다"고 주장하며 '백해무익한 군사적 도박','범죄적 흉계', '군사적 힘에 의한 '제도전복'의 망상' 등 연일 미국의 '군사 행보'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매티스 장관의 이날 발언은 협상 답보에 실망한 트럼프 행정부 내의 현 대북 기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것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보낸 적대적 내용의 '비밀 편지'가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이 편지에는 비핵화 협상이 "다시 위기에 처해있으며 무산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발표하면서 비핵화에 충분한 진전이 없다고 처음 인정했을 정도로 현재의 교착 상황 및 전망에 대한 좌절감과 회의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WT)는 "북미간 외교적 해빙이 곤란에 처한 듯한 상황에서 나온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지난주 고조된 북미 간 긴장을 더 높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그의 언급이 북한의 핵 야욕을 억제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에 대한 일치된 전환을 시사하는 건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더딘 비핵화 협상 속도에 대한 좌절감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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