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도왔네'…2009년 '엉뚱한 사람',이번엔 '친동생' 상봉

입력 2018-08-29 10:07   수정 2018-08-29 11:32

'하늘이 도왔네'…2009년 '엉뚱한 사람',이번엔 '친동생' 상봉
北리종성씨, 두번째 참가 이산상봉행사서 南 이수남씨 만나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2009년 17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를 신청해 친동생을 만날 기대를 한껏 품고 막상 행사장에 가보니 친동생이라고 나온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씁쓸하게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하늘이 도왔을까. 2018년 8월 21차 상봉행사에 친동생이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친동생을 만났다.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에서 남측의 동생 이수남(77) 씨를 만난 북측의 형 리종성(86) 씨의 사연이다.
이수남 씨는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에 북쪽의 큰형님(리종성)을 만났을 때 큰형님이 '몇 년 전에 여기 금강산에 (동생 만나러) 왔었다. 그런데 당시 (상봉장에) 나온 사람이 동생이 아니었다.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실제 20일 이산가족 단체상봉 당시 리종성 씨와 함께 온 아들 명훈 씨는 남측의 삼촌들에게 "17차 (이산가족) 상봉 때 (금강산에) 나왔었다. 다른 사람이 나왔더라. (뭔가) 잘못된 것 같더라"고 말했다.
17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09년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렸다.
대한적십자사(한적) 등에 따르면 17차 이산가족 상봉에 앞서 리종성 씨는 북한 당국을 통해 한적에 '남쪽의 동생 이종수'를 찾아달라고 의뢰했다.
이수남 씨는 "우리 형제가 '종'자 돌림이다. 그래서 내가 어릴 때 집안에서 쓰던 이름은 이종수였다"며 "다만 내가 태어나던 때 일본이 창씨개명을 강요하면서 호적에는 '이수남'이라는 이름으로 올랐다. 그러다 보니 지금 주민등록상 이름도 이수남"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당시 한적은 경찰 등을 통해 주민등록상 이름이 이종수인 사람을 찾아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도 어렸을 때 헤어진 '리종성'이라는 이름의 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동명이인인 이종수 씨의 어머니의 성도 리종성·이수남 형제의 어머니와 같은 심 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한적으로서도 '실수'를 할 만했다.
결국 17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리종성 씨의 친동생이 아닌 다른 이종수 씨가 참여했고, 리종성 씨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수남 씨는 "이번에 금강산에서 큰형님으로부터 그때 헛걸음한 얘기를 듣고 '많이 아쉬웠겠습니다'라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큰형님이 17차 이산가족 상봉 때 동생이라고 나온 이종수 씨에게 어렸을 적 얘기와 가족관계 등을 몇 마디 물어보고 바로 동생이 아님을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처럼 2009년에 동생과의 상봉에 실패했던 북쪽의 리종성 씨는 남쪽의 이수남 씨가 한적이 실시한 114분의 1 당첨확률의 컴퓨터 추첨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로 선정되면서 9년 만에 진짜 동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수남 씨는 "17차 상봉 때 금강산에 갔던 이종수란 분의 형 이름도 리종성이고, 그분의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와 같은 심씨라는 건 기가 막힌 우연"이라면서 "그때 상봉에 실패했던 큰형님이 내가 이번에 운 좋게 상봉 후보자 추첨에 당첨돼 결국엔 진짜 동생인 나를 만나게 된 것도 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yoon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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