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진각 혼상·혼천의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실물 복원품 도산서원 전시
"천문의기 왕궁 아닌 민간교육기관 제작·교육 활용 큰 의의"
(안동=연합뉴스) 김효중 기자 = 경북 안동 도산서원이 하늘 별자리 모형인 혼상(渾象)과 그 관측기구인 혼천의(渾天儀)를 영구 보전한다.
도산서원은 29일 도산서당에서 유물전시관 옥진각에서 전시하고 있는 혼상과 혼천의(또는 선기옥형·璇璣玉衡) 부속부품 유물을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하고 안동문화방송이 만든 모형품을 기증받았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유림,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 안동문화방송 관계자 등이 참석해 유물 기탁을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께 아뢰는 고유례를 도산서원 상덕사에서 봉행했다.
도산서원에 따르면 옥진각에 있는 혼상과 혼천의는 오랜 기간 훼손상태가 심각하고 앞으로도 변형할 우려가 있어 보존처리와 영구보전을 위해 한국국학진흥원에 맡겼다.
혼상·혼천의 복원품은 안동 MBC가 2006년 창사 36주년 다큐멘터리 '퇴계의 하늘, 혼천의'를 제작할 때 고증을 거쳐 만든 것이다.
복원한 혼상은 조선 시대 천문지도인 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 나온 1천467개 별자리를 그대로 입혔다.
4∼5개 뼈대 조각만 남아 원본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도산서원 혼천의도 실물로 복원했다.
혼상은 구형체로 천상을 형상화한 천구모형으로 주요 별자리, 적도 등을 표현한 천문연구 장치다.
각각 혼천의, 혼의, 선기옥형, 기형이라고 하는 것은 같은 뜻인 명칭으로 천체 운행과 그 위치를 확인해 측정하는 천문기계이다.
도산서원 혼상과 혼천의는 국내에 있는 교육용 천문관측기기 가운데 1560년대 명종 대에 만든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퇴계 급문(及門·어떤 스승 문하에 참여)의 고재(高材)인 간재 이덕홍이 퇴계 명을 받고서 선기옥형과 혼천의(혼상)를 만들어 선생에게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퇴계 선생과 제자들이 이 선기옥형과 혼천의를 천체관측과 교육용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간재가 만든 혼천의와 선기옥형은 그 용도가 다름에도 이를 함께 혼천의 또는 혼의이라고 해서 다소 혼란이 일었다.
명칭 혼란을 줄이기 위해 천구모형을 혼상(渾像)으로, 천체위치 측정기를 혼천의(혼의·선기옥형·기형)로 이해하면 간재가 만든 혼천의는 바로 혼상이고 선기옥형은 '서전대전집주'(書傳大全集注)에 실린 선기옥형이다.
이번에 기탁하는 혼천의(혼상)는 국내에 남은 것으로 유일하고, 한·중·일 세 나라에 남은 것 가운데 일본 사가 현 혼상과 함께 가장 오래된 것에 속한다.
이처럼 천문의기(天文儀器)를 왕궁이 아닌 민간교육기관서 제작해 교육 현장에 활용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도산서원 관계자는 "혼상이 비록 소형으로 교육용이나 문화재 가치를 따진다면 결코 소홀히 할 것이 아니므로 국가 보물로 지정해 체계 있고 과학적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 MBC 임대근 사장은 "도산서원을 찾는 많은 사람이 하늘 이치와 인간 본성을 해석한 퇴계 우주관이 그대로 담긴 혼상과 혼천의를 수백 년 전 모습 그대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kimh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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