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납금' 강요·과도한 보험료 개선 요구…사측 "강요한 일 아니다"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대리운전 업체인 트리콜의 기사들이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국대리운전노조 부산지부는 지난 28일 부산 남구 용호동 트리콜 본사 앞의 총궐기 대회를 시작으로 사측을 상대로 하는 투쟁에 나섰다고 29일 밝혔다.
총궐기 대회에는 트리콜 기사를 포함해 200명이 넘는 대리기사들이 모여 사측을 규탄했다.
박재순(59) 부산지부장은 "부산에서 대리운전 기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측이 현재의 착취구조를 해결하기 전까지 추가적인 궐기대회 등의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콜 기사들은 주납금 강요, 과도한 보험료 청구, 등급 배차 등의 문제를 지적한다.
주납금은 기사가 일주일 단위로 사측에 17만5천원을 내고 단말기의 대리운전 요청인 '콜'에 응해 해당 요금을 수입으로 받는 운영방식이다.
겉으로는 콜을 많이 받아 처리하면 주납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부산지부의 주장이다.
트리콜 기사 1인당 한달 평균 매출은 250만원으로 알려졌는데 회사에 내는 주납금과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실제 수입은 150만원이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 지부장은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데다 주납금 이상을 벌려고 무리를 하다 보니 각종 사고와 암 등의 질병에 내몰린다"고 설명했다.
기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50세 이상 기사가 내는 한달 보험료는 평균 13만8천원으로 8만원 수준인 다른 회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밖에 주납금을 내는 '주납 기사'와 주납금을 내지 않는 '프리 기사' 간의 차별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프리 기사는 주납금을 내지 않는 지점간 이동 차량 이용료인 3천500원을 매일 내야 한다. 하루에 5번 이상 콜에 응해야 하며 3번을 못 채우면 돈을 내고 이동 차를 탈 수 없다.
기사들은 프리 기사 관리 형태가 사실상 주납금 납부를 강요하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이런 식의 착취구조에 불만을 제기한 한 기사가 아예 콜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부장은 "2년 전에 노조를 결성해 10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으나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소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마지막 생계 수단으로 선택한 대리기사조차 못하면 살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트리콜 측은 기사들의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급 기사와 프리 기사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기에 회사가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주급 기사는 우리 회사 소속이기 때문에 프리 기사와 대우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료가 높은 것은 지난해의 사고발생 건수가 많아 보험사가 높게 책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3년 부산에서 설립된 트리콜은 2009년 부산지역 등록 기사 1천500명을 돌파했고 2016년에 서울과 인천에 지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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