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매체 '출처불명 영상' 보도…"쿠르드 지역 '비행금지구역' 설정 의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군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 방공망을 설치했다는 영상이 인터넷에 확산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미군 부대원이 시리아 북부 하사케주(州) 코바니에 있는 알샤다디 미군기지에 첨단 레이더를 설치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출처 불명의 영상이 유포됐다고 터키 일간 예니샤파크와 사바흐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영상에는 또 군용 수송기로 레이더를 운반하는 듯한 모습도 담겼다.
미군 지휘관 복장의 인물은 영상에서 "설치한 레이더로 지역 상공의 군용기를 감시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사케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장악한 쿠르드 반(半)자치지역에 속한다.
YPG는 시리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지상군 주력으로 싸웠으나, 터키는 이 세력을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분파로 본다.
코바니 일대는 앞서 올해 1월 터키가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도시 아프린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벌일 때 미군이 터키군 전투기 활동을 차단하려고 비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곳이다. 코바니는 터키가 사실상 점령한 아프린으로부터 동쪽으로 약 160㎞ 떨어져 있다.
익명의 터키군 소식통은 이 영상과 관련, 현지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미군이 첨단 레이더를 설치한 것이 사실인지는 확인을 거부했다고 사바흐는 전했다.
일간 휘리예트는 미군이 코바니에 설치한 레이더로 시리아 북부 만비즈부터 동부 데이르에즈조르까지 쿠르드 반자치지역 일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려 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터키 병력이 주둔한 아프린과 만비즈 사이 거리는 직선 상으로 100㎞ 정도다.
미군이 시리아 쿠르드 지역 상공 전체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운영하면 시리아·러시아군이나 터키군이 공군작전이 사실상 차단된다.
친정부 성향인 사바흐는 미군이 터키군의 상공·지상 움직임을 감시하는 데 이 레이더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월 터키는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에서 군사작전을 벌여 약 두 달 만에 YPG를 몰아내고 도시를 사실상 점령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 만비즈에서 YPG를 철수시키라고 요구하고, 미국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만비즈에서도 YPG 소탕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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