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서 시민단체 토론회…"간접차별·괴롭힘 개념도 담아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제정이 추진 중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차별행위를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나 민사소송의 차별 규제 실효성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소속 조혜인 변호사는 2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개최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첫 번째 토론회, 차별금지법 궤도에 올리다'에서 이같이 밝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기도 한 조 변호사는 "차별 행위는 개인의 악의보다는 사회의 편견·고정관념·구조적 차별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개별적 행위자를 형사처벌하기보다는 중지 및 시정 조치, 재발방지 조치, 교육 및 훈련 등을 사용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효과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남녀고용평등법·장애인차별금지법 등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달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를 구제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대신 인권위를 통한 비사법적 구제와 법원을 통한 민사적 구제를 기본적 구제수단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인권위법의 경우 현행법 중 가장 폭넓은 영역에서 차별 전반을 규율하는 법률이지만, 차별에 관해 1개 조항으로 정의할 뿐 구체적이고 상세한 실체 규정이 없으며 시정권고 등 구제수단에 강제력도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간접차별'과 '괴롭힘'이라는 개념을 차별의 한 유형으로 명확히 규정해, 인권위가 더 폭넓은 사유의 차별을 적극적으로 규율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간접차별이란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이 적용되나,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는 결과를 낳는 차별을 의미한다. 괴롭힘이란 차별금지 사유를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적대적·위협적·모욕적·굴욕적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를 뜻한다.
조 변호사는 "간접차별과 괴롭힘은 우리 사회에서 주요하게 문제가 되는 차별 유형들에 해당하지만, 현행 인권위법은 이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어서 진정이 제기돼도 각하되는 상황"이라면서 "차별금지법을 통해 인권위가 이를 규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차별적인 법령·정책이나 제도에 관해서도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는 근거를 차별금지법에 만들어야 하며, 인권위의 기관 평가 권한을 강화해 기관들의 시정권고 수용률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조 변호사는 차별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등에 대해 법원이 차별 행위 중지·원상회복·근로조건 개선 등 적극적인 조치를 판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민사소송에서 과한 입증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차별금지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연대체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정부가 내년 3월에 차별금지법 제정 이행상황을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보고해야 함에도 정부와 국회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날 토론회를 열었다. 인권·난민·성소수자·여성 등 분야의 시민활동가들이 참석해 차별금지법에 담겨야 할 내용 등을 토론했다.
hy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