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민주화기념관 찾아…"피노체트 공포 알게된 뒤 사회당원 됐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독재자 프랑코의 묘역 이전 등 과거사 청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칠레를 방문해 피노체트 독재정권에 희생된 칠레인들을 기렸다.
남미를 순방 중인 산체스 총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의 민주화기념관을 방문해 방명록에 "스페인과 칠레의 민주화 경험이 평화의 미래를 밝게 비출 것"이라고 적었다고 EFE 통신이 29일 전했다.
이 기념관은 1973∼1990년 칠레를 철권통치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2006년 사망) 정권에 희생된 시민들을 기리고 칠레 민주화의 역사를 증언하는 곳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피노체트의 17년간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공식 보고된 것만 약 3천200명이 정치적 이유로 살해됐고, 수만 명이 감금된 채 고문당하거나 강제추방됐다.
산체스 총리는 기념관을 돌아본 뒤 이사벨 아옌데 상원의원으로부터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 메달'도 받았다.
살바도르 아옌데는 1973년 자신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킨 피노체트의 군대가 대통령궁으로 난입했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사벨 아옌데는 그의 딸이다.
산체스 총리는 트위터에서 "이 메달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따님으로부터 받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면서 "우리는 운명의 주인으로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굳건히 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민주화기념관 방문에 앞서 산체스 총리는 칠레 상·하원 의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자신이 "피노체트 독재정권의 공포를 알게 된 뒤 사회당원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체스 총리가 칠레 민주화의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를 찾아 희생자를 기린 것은 국내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체스는 우파 국민당 정부를 중도실각시키고 지난 6월 집권한 뒤 스페인에서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의 집권 시기 행해진 정부의 만행 재조사와, 프랑코의 묘역 이전 등 과거사 청산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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