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나미비아서 최대 10만 명 학살…사과·배상 '미적미적'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과거의 어두운 짐을 지고 있는 독일은 100여 년 전에는 식민지배를 하던 아프리카 남부 나미비아에서 최대 10만 명의 주민도 학살했다.
독일은 이어 연구를 통해 유럽 백인들의 민족적 우수성을 입증하겠다며 일부 피해자들의 두개골을 가져가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한 교회에서는 당시 대량학살로 숨진 25명가량의 두개골과 다른 뼈들을 독일 당국이 나미비아 정부 대표단에 돌려주는 행사가 열렸다.
나미비아인 두개골 수백 개가 독일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독일의 반환은 2011년을 포함해 이번이 3번째다.
독일은 나미비아뿐만 아니라 카메룬과 탄자니아, 르완다, 토고 등 아프리카의 다른 식민지로부터도 연구에 쓴다며 두개골을 가져갔다.
독일 정부는 2016년 나미비아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면서도 사과의 형식이나 집단학살의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여전히 나미비아 정부 측과 협상 중이다.
나미비아의 피해자 후손들은 독일이 사과를 미루고 있으며 배상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베를린 행사에 참석한 헤레로족 최고 지도자 베쿠이 루코로는 "양국 정부는 아직도 사과의 적절한 내용을 놓고 협상 중이라는 데 이는 정말 우스운 일"이라며 "로마가 불타고 있는데 놀이에 빠져있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피해자 일부는 뉴욕에서 독일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에 착수했으며, 독일은 그동안 나미비아 국민을 위해 거액의 개발원조를 제공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독일은 1884년부터 나미비아를 식민통치하기 시작했다.
현지의 헤레로족과 나마족이 토지와 가축에 대한 수탈을 더는 참지 못하겠다며 1904년 봉기하자, 독일은 1908년까지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독일군은 총과 칼로만 살육한 것이 아니라 마을을 초토화하고 우물에 독을 풀었고, 사막으로 쫓겨난 헤레로족들은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어갔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당시 헤레로족의 75%, 나마족의 절반가량이 죽어 피해자는 최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역사가는 이를 20세기 최초의 집단학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미비아 정부 쪽으로 넘겨진 두개골과 다른 뼈들은 매장지가 결정될 때까지 자국 국립박물관에 보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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