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노천소변기 파손…"공공장소, 男전유물 아냐" 성차별 논란

입력 2018-08-30 10:56   수정 2018-08-30 11:44

파리 노천소변기 파손…"공공장소, 男전유물 아냐" 성차별 논란
노상방뇨 고육지책 불구 페미니스트들 "여성에 대한 도발" 반발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프랑스 파리 시(市)가 노상방뇨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설치한 '노천소변기' 일부가 파손돼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파리 일부 지역에 설치된 남성용 '노천소변기'에 대한 여성단체와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던 와중에 일부 소변기가 파손되기에 이르렀다.
생루이 섬과 리옹역 인근 등 두 곳의 노천소변기 2개가 반대 단체들의 표적이 됐는데, 이들은 야간에 소변기를 생리대와 탐폰으로 도배한 뒤 콘크리트로 막아버렸다.
파손된 소변기에는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모유 수유 행위가 비판받는 상황에서 남성들이 가림막도 없이 지퍼를 내리고 방뇨하도록 독려하는 행위라며 파리 당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메모가 붙어있었다.
파리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여성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지만, 범행을 인정하는 단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단체 페멘(FEMEN)도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성 평등 운동가들과 여성단체 활동가들,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은 그동안 노천소변기가 성차별을 부추긴다고 비판해왔다.



파리 시내 몇 곳에 시범적으로 설치된 노천소변기 5개에는 남성이 자랑스럽게 공공장소에서 방뇨하는 이미지가 그려진 표지판이 부착됐다. 그러나 여성용 노천소변기는 비치되지 않았다.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당국이 파리 시내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며 그들은 자유롭게 공공장소에서 신체를 드러낼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 관계자 그웬돌린 코아포는 "공공장소에는 남성만 있는 게 아니라 여성과 아이들도 있으며 그들은 남성이 노천에서 소변을 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리 시내에는 이미 수백 개의 공중 화장실이 있으며 남성이 노상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게 허용할 것이 아니라 여성과 마찬가지로 기존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스트이자 도시인류학자인 크리스 블라슈는 노천소변기가 파리의 노상방뇨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남성은 공공장소에서 노출하고 방뇨해도 된다는 인식을 고착화한다며 "솔직히 노천소변기는 여성에 대한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파리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5천여 건의 노상방뇨 사례가 적발돼 벌금이 부과됐는데 거의 대다수가 남성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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