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남미 자메이카에서 학생들의 '레게머리'(여러 가닥으로 가늘게 땋은 머리)를 금지하는 관행에 맞서 법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자메이카의 인권단체 '정의'(Justice)는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레게머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교육받을 권리와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한 소녀가 레게머리를 하고 등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의 가처분 명령을 이달 초 받아낸 데 이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고 있다. 대법원은 내년 1월 이 사건을 심리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가처분 명령이 나온 이후 여자아이들이 레게머리를 했더라도 단정하면 입학을 허용하는 지침을 배포했다.
이 같은 일은 학부모 셰린 버거가 5살짜리 딸이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 교외에 있는 유명 학교의 입학허가를 받고 등교 준비를 하면서 시작됐다. 학교 측이 지난 여름 신입생 설명회 때 이 아이의 레게머리를 자르라고 요구한 것이다.
버거는 "아이의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교장은 머릿속 이 방지 등 교내 위생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레게머리 금지는 법에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일부 학교가 고수하는 관행이다. 이에 대해 버거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머리로, 신이 내려준 우리나라의 문화"라고 비판했다.
2016년 아이가 레게머리를 자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다는 도나 엠릿은 "긴 머리를 한 백인 아이는 그와 비슷한 요구를 받지 않는다"며 인종 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단체 '정의'는 학생들에게 '두발의 자유'를 주는 것은 레게머리를 자신들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라스타파리안'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라스타파리안은 1930년대 자메이카에서 시작된 정치·종교적 운동이다. 이 운동은 영국 식민지배에 맞서 확산했으며 초기에는 반식민 전복세력으로 간주했다. 1962년 자메이카 독립 직후에도 이 운동이 탄압받았다.
현재 자메이카 인구의 약 2%가 이 운동의 추종자로 알려졌다. 자메이카 출신으로, 레게음악의 전설적 스타인 밥 말리도 그 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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