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과두주·자차이…'불황형 상품' 뜨는 중국

입력 2018-08-30 12:20  

라면·이과두주·자차이…'불황형 상품' 뜨는 중국
스타벅스는 9년만에 첫 역성장…무역전쟁 속 '소비 절벽' 현실화 조짐
중국 정부, 감세로 경기 활성화 추진…월급 80만원까지 소득세 면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에서 라면, 이과두주, 중국식 짠지인 자차이처럼 '불황형 상품'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에서 경기 둔화 여파가 서민과 중산층의 실제 삶에까지 미치면서 '소비 침체' 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30일 중국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스턴트라면 회사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라면 제조사 캉스푸(康師傅)는 상반기 310억위안(약 5조3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 8.5%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순이익은 13억위안(약 2천11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6.6%나 급증했다. 주력 상품인 라면 매출액이 111억위안(약 1조8천1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4%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캉스푸의 라이벌사인 통이(統一) 역시 상반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112억위안(약 1조8천174억원), 7억위안(약 1천13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6%, 25.4% 증가했다.
중국인들의 소비 수준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중국 라면 산업은 최근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올해 실적 개선은 괄목할 만하다.
2013∼2015년 캉스푸의 연 매출액은 109억위안(약 1조7천687억원), 102억위안(약 1조6천552억원), 91억위안(약 1조4천767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라면과 실적이 병행하는 맥주, 자차이, 이과두주 업체들의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화룬맥주, 주장맥주, 충칭맥주 등 맥주회사들의 순이익이 올해 들어 일제히 늘어난 가운데 대표적 서민주인 이과두주를 생산하는 순신농업의 상반기 매출액은 72억위안(약 1조1천68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0.5% 증가했다.
자차이 생산 업체인 푸링자차이의 상반기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34.1% 급증했다. 자차이는 죽이나 밥 등과 같이 먹는 대표적인 서민 반찬이다. 중국에서는 특정 지역의 농민공(농촌 출신 노동자) 규모를 해당 지역의 자차이 판매량을 바탕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반면에 대표적 고급 소비재인 스타벅스의 3분기 중국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 하락했다. 이는 9년 만에 처음 있는 역성장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중국에서는 중산층과 서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소비 절벽'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주곡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국 경기 둔화 추세가 점점 뚜렷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평균 소득 수준 대비 과도하게 높은 주거비 등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일부 대중의 소비 다운그레이드 현상의 원인은 거주비, 교육비 등의 과다 지출에 있다"며 "소득이 일정한 상황에서 소비 구조에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인터넷에서는 최근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대신 편의점에서 산 맥주나 이과두주를 마신다거나 택시 대신 공유 자전거를 탄다는 식의 '소비 다운그레이드' 체험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주요 경제 지표들이 좋지 않게 나오면서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한층 커진 상황이다.
7월 소매판매는 작년 같은 달보다 8.8%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9.1%와 전월 증가율 9.0%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중국의 1∼7월 고정자산투자는 작년 동기보다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중국에서 관련 통계가 있는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올해 들어 중국 주식 시장도 20% 이상 폭락하는 대세 하락장(베어마켓)에 접어든 점도 소비 심리 위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7%를 기록해 1분기의 6.8%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작년 1분기 6.9%에서 계속 둔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6.5%를 사수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나가면서 상대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감세를 통해서도 국민의 소비 여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심의 중인 초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세 면세점을 5천위안(약 8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월급이 5천위안 이하인 사람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게 된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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