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 인간은…" 천문학 거장 칼 세이건의 통찰

입력 2018-08-30 15:35   수정 2018-08-31 14:42

"우주 속 인간은…" 천문학 거장 칼 세이건의 통찰
대중과학서 1호 '코스믹 커넥션' 국내 첫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은 천문학자 칼 에드워드 세이건(1934~1996)이 39세 때인 1973년 쓴 첫 대중 과학서 ''코스믹 커넥션'(사이언스북스 펴냄)가 국내 처음으로 번역됐다.
출간 첫해 50만부가 팔려 세이건을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이 책은 이론 천문학자로 연구에만 몰두하던 세이건을 과학의 효용성을 설파하는 대중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됐다.
책에는 당시까지 현대 천문학과 우주 탐사의 성과와 함께 인간이란 존재를 우주적 관점에서 성찰하기를 바랐던 저자의 필생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책은 총 3부 39장으로 구성됐다. 1부에선 우주적 관점이 무엇인지, 우주 탐사의 과학적, 인문학적, 역사적 의미에 관해 설명한다. 2부에선 우주 탐사로 거둔 태양계 행성학의 성과를, 3부에선 외계 지성체와 외계 문명, 별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
이 책은 초판 출간 7년 뒤인 1980년 TV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되고 책으로 발간된 '코스모스'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인류에게 우주 탐험의 희망을 심어준 코스모스'는 영어판만 600만부 이상 팔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과학교양서의 고전이 됐다.
책에는 물리학의 거장 프리먼 존 다이슨과 세이건의 아내 앤 드루얀이 세이건의 생전의 모습과 업적을 회고하며 쓴 두 편의 서문과 세이건의 첫 박사학위 제자 데이비드 모리슨이 초판 출간 이후 30년간 진행된 천문학과 우주 탐사 성과를 개괄하는 후기가 실렸다.
이 책은 2000년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판본을 바탕으로 했다.
세이건은 열여섯 살에 시카고대학교에 들어간 영재로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학교와 코넬대학교 등에서 30여 년을 강의하며 과학전문지에 500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31권의 책을 쓰고 1천380건의 기고를 했다. 1996년 백혈병으로 62세에 세상을 떠났다.
서문에는 세이건이 생애 말년에 거둔 값진 성과가 소개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설득해 외행성 탐사를 마치고 태양계로부터 멀어져가던 보이저 우주선의 카메라 한 대를 도로 지구로 향하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인류는 먼 우주 깊숙한 곳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처음 갖게 됐다.
사진 속 지구는 광막한 우주 속에 떠 있는 하얀 점으로 나타났다.
세이건은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티끌보다 더 미미하고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상징하는 듯한 이 점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렀으며, 동명의 책을 쓰기도 했다.
세이건은 인류가 우주적 관점에서 자신을 성찰할 때 전쟁이나 민족·종교 분쟁 같은 지구 내부적 갈등을 극복하고 동일시의 지평을 모든 생명과 전 우주로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인간의 유아는 자신이 우주의 전부가 아님을 실험을 통해 발견하면서 성숙에 이른다. 우리 주변 세상에 대한 탐험의 발을 떼어 놓은 사회에도 같은 이야기가 해당한다. 우주 탐사가 가져다주는 시각은 인류의 성숙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 성숙은 결코 이른 것은 아닐 것이다."
김지선 옮김. 468쪽. 2만2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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