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미국 북서부에서 잇따른 대형 산불로 미국 시애틀, 캐나다 밴쿠버 일대 주민들이 최근 중국 베이징보다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태평양을 마주한 미국 서부 6개주와 캐나다 서부 지역에서 지난 몇주간 잇따른 산불 사태로 매캐한 스모그 구름이 이 일대를 뒤덮으며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흐려진 하늘로 인해 농작물 작황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 시애틀의 프로 미식축구팀 시호크스는 훈련장을 실내로 옮겼고 기침, 호흡곤란, 감기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시애틀에 이은 2대 도시 스포캔에서도 짙은 회색 스모그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신문은 숨쉬기 힘들 정도의 바깥 공기로 인해 스포캔고등학교 체육관에 축구선수, 크로스컨트리 선수, 브라스 밴드 멤버 등 600여명이 한꺼번에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스포캔시의 한 당국자는 "어디를 가든지 캠프파이어 행사장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이 지역에 이런 유형의 대기오염이 발생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달초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방화로 인해 대형 산불이 잇따르면서 주민과 소방관 수명이 숨지고 주민 수만명이 대피했다. 당시 산불로 피어오른 연기가 미 대륙을 건너 동부 뉴욕까지 날아갔다는 보고도 이어졌다.
특히 지난 20일은 스포캔 주민 21만5천명에 최악의 날이었다. 스위스 환경장비 업체 IQ에어 그룹의 조사 결과 당시 스포캔의 공기는 치명적인 대기오염으로 악명이 높은 중국 베이징보다 더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30만명이 넘는 세계 80개 도시 가운데 캐나다 밴쿠버가 당시 세계에서 공기의 질이 가장 좋지 않았고 미국 시애틀이 그 뒤를 이었다고 IQ에어는 전했다.
미국 환경보호청(USEPA)이 대기환경 기준으로 삼고 있는 대기질 지수(Air Quality Index·AQI)에서도 스포캔은 지난주 226을 기록했고 밴쿠버는 165, 시애틀은 162를 찍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152,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151, 인도 뭄바이 149, 파키스탄 라호르 148보다 공기가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당시 베이징의 AQI는 61로 보통 수준이었다.
AQI가 101∼150이면 건강에 민감한 층에 좋지 않다는 것이고 151∼200은 일반 층에게도 나쁘다는 것이며 200 이상은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임을 뜻한다.
이로 인해 이들 지역의 메디컬센터에서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질환자가 잇따랐다.
콜린 리드 콜로라도주립대 부교수는 "연기 흡입의 장기적 영향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호흡곤란 등 단기적 영향이 천식, 폐기종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군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스포캔에는 지난 26일과 27일 내린 비로 하늘이 맑아졌지만 다시 이번주말부터 연기가 자욱한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주 환경전문가 라닐 함마팔라 박사는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고기압층이 막고 있다"면서 "매년 이맘때 이런 현상이 반복되지만 이번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 지속도와 강도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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