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홀로 난민 부담 떠안을 수 없어"…프랑스·스페인 등 겨냥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수 년째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관문 역할을 도맡다시피 해온 이탈리아가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이 하선하는 항구를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 교대로 개방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엘리사베타 트렌타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EU 국방장관 회의에서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지중해에서 구조되는 난민 모두를 수용해왔으나 이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며 "난민들이 배에서 내리는 항구를 이탈리아뿐이 아닌, 지중해 국가들이 번갈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렌타 장관은 또 구조된 난민을 어떤 나라의 항구로 보낼지를 결정하는 기구를 창설할 것도 함께 요구했다.
그는 이어 이탈리아에 모든 난민 부담을 떠안기고 있는 EU의 현행 '소피아 작전'의 규칙을 변경해야 한다며 "이탈리아 정부를 대표해 이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U 역외 국경 담당 기구인 프론텍스는 2015년 난민 사태가 불거지자 지중해 일대에서 밀입국, 난민 브로커 단속을 목표로 소피아 작전을 수행해 왔다. 이 작전 과정에서 구조된 수 천명의 난민들은 모두 작전의 지휘국인 이탈리아로 수용됐다.
트렌타 장관은 "리비아 상황이 소피아 작전이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며 한때 유럽이 안보 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피아 작전으로 이제 유럽은 분열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렌타 장관은 앞서 전날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피아 작전의 규정은 용납될 수 없으며, 개정돼야 한다"며 "EU가 우리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EU는 진정한 '가치의 공동체'임을 입증하게 될 것이고, 만약 거부한다면 스스로 근본적인 원칙을 부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일간 라 스탐파는 이탈리아의 이번 요구는 특히 프랑스, 스페인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그리스와 몰타 역시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에 항구를 개방하는 일에 동참시키려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6월 난민에 적대적인 극우정당 '동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으로 구성된 연합정부가 출범한 이래 국제 구호단체의 난민 구조선의 자국 입항을 거부하는 등 강경한 난민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난민 문제는 다시 EU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EU는 분열상을 고스란히 노출해 왔다.
포퓰리즘 정부 출범 이후 이탈리아가 난민선 입항을 금지하며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이 수일 동안 바다를 맴돌다가 EU 일부 국가들의 분산 수용 합의가 도출된 이후에야 겨우 이탈리아나 스페인, 몰타 등지의 항만에 내리는 일이 최근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소피아 작전의 규칙을 변경하는 데 모든 회원국이 건설적인 논의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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