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은 미숙한 대회 진행 탓에 외신으로부터 '아시아 운동회'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동네운동회'만도 못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지난 18일 개막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우여곡절 끝에 열린 대회다.
베트남이 경제난을 이유로 2014년 4월 개최권을 반납하면서 자카르타와 팔렘방이 새 개최지가 됐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2019년 7월 자국 대선을 이유로 대회를 예정된 2019년보다 1년 앞당겨 개최했다.
시간상으로 대회를 준비할 여유가 부족했던 탓에 대회 시작 전부터 허점이 드러났다.
아시안게임 일정은 오락가락했고, 남자 축구는 조 편성에서 추첨만 세 차례 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개막 이후에도 곳곳에서 잡음이 일었다. 펜싱장에서는 경기 도중 정전이 일어났다.
태권도에서는 전자 호구 이상으로 3시간 가까이 경기가 중단됐고, 배드민턴 역시 경기 중 전자 점수판이 멈춰 섰다.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사격 황제' 진종오는 황당한 경기 운영 탓에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하고 아쉽게 퇴장했다.
진종오는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 시작 전 시사(시험 사격)에서 마지막 발 결과가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두 손으로 X자를 그렸다.
보통 이런 경우엔 선수가 이의제기하면 조직위는 경기 진행을 중단하고 장비를 다시 확인한 뒤 선수에게 무제한 시사를 허용하는 게 상례다.
하지만 조직위는 경기도 중단하지 않고 진종오에게 시사 역시 한 발만 쏘도록 했다.
평정심이 흔들린 진종오는 5위에 그쳤다.
세팍타크로 남자 레구에서는 대회 직전에 말레이시아를 은근슬쩍 끼워 넣는 '특혜'를 베풀었다.
남자 레구에서 금메달을 기대했던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밀려 조 2위로 준결승에 진출해 결국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대회 조직위의 엉성한 운영과 무원칙은 수영 시상식 도중 국기가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절정에 달했다.
중국 수영 간판스타 쑨양의 대회 첫 금메달인 남자 자유형 200m 시상식 도중에 나온 일이다.
여자 자유형 200m에서는 국기 게양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회 관계자가 손으로 국기를 들고서야 시상식을 치렀다.
태극기는 거꾸로 달리거나 아예 홍콩 국기로 뒤바뀌는 수난도 당했다.
황당한 사건과 어이없는 실수도 잇따랐다.
한국 수영국가대표 김혜진은 훈련 도중 중국 선수와 시비 끝에 폭행을 당했고, 한국 선수단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공식 항의했다.
한국 남자 기계체조의 간판 김한솔은 연기 종료 후 심판에 종료 인사를 건너뛰어 벌점 0.3점을 받았다.
김한솔은 그 벌점 때문에 도마에서 홍콩 섹와이훙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뒤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선수들의 휴식공간인 선수촌은 겉은 그럴듯하지만, 방에 냉장고가 없어 음료를 차갑게 마시지 못했다.
침대 길이도 짧아 키 큰 농구 선수들은 잘 때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선수촌에 모기가 극성이라는 소식을 출국 전에 들은 일부 선수들은 개인 모기장을 챙겨 오기도 했다.
21세기에 열린 종합국제대회에서 이번 아시안게임만큼 보안 검색이 허술한 대회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각 보안 검색대를 지키는 인원은 여러 명이지만 거의 시늉만 하는 수준에 그쳤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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