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영한 전 대법관 압수영장 또 기각…재판거래 수사 차질

입력 2018-08-31 11:13  

법원, 고영한 전 대법관 압수영장 또 기각…재판거래 수사 차질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에 靑·행정처 개입 의혹
檢 잇단 기각에 "법원 핵심부는 수사하지 말라는 것" 격앙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고위법관과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또다시 기각되면서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고 전 처장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청와대 비서관실, 고용노동부 등 관련자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소송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법원은 전날 일부 전산등록자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고 전 처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은 외부에 드러난 것만 이번이 두 번째다.
검찰은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을 담당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노동부가 2014년 10월 8일 대법원 재판부에 접수한 재항고 이유서를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아 제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노동부가 주무부처로서 소송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게 정상이지만, 청와대가 소송에 직접 개입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가 소송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단서도 일부 나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청와대의 소송 개입 의혹에서 법원행정처의 역할 등을 규명하기 위해 고 전 처장과 당시 재판연구관 등 관련 판사의 자택과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지난 25일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자료의)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 등의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이 다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전날 기각한 이언학 영장전담판사 역시 "고용노동부 같은 공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임의제출이 먼저 이행돼야 한다", "임의제출 가능성이 크다" 등의 사유로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이메일을 이용했을 개연성이 크므로 장소 압수수색이 필요 없다", "재판연구관실에서 문건과 정보가 인멸될 가능성이 없다" 등의 사유도 압수수색을 불허한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이 비슷한 사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자 검찰은 "법원이 어떤 이유로든 법원 핵심 관계자들 등에 대한 강제수사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교부에 대해서는 사전에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는데도 영장을 발부했고, 그 후 압수수색으로 핵심 증거를 다수 확보한 바 있다"며 "같은 영장판사가 고용부에 대해서는 전례 없이 임의제출 요구를 선행하라는 조건을 내세운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메일로 자료를 주고받았을 것', '재판연구관실 정보가 인멸될 가능성은 없다' 등 근거 없는 주관적 추측과 예단으로 영장을 기각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반발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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