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개발원 "선박 공동운항, 동남아 전용터미널 확보 등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가 확장 개통한 이후 세계 해운 판도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파나마운하를 경유하는 아시아~북미 항로의 물동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글로벌 대형선사들은 이 항로 컨테이너선의 규모를 키우고 중소형선들을 아시아 역내에 대거 투입해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정책연구실 박용안·전우현 박사는 31일 '파나마운하 확장에 따른 해운물류 환경변화와 정책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새로운 화물유치 전략, 공동운항을 통한 비용 절감, 동남아시아 중소형 항만에 대한 서비스망 구축, 초대형선 확보 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6월 파나마운하가 확장개통으로 통과 가능 선박의 규모가 종전 5천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1만4천TEU급으로 커졌다.
그 영향으로 2015년 9월 31척이던 후 동북아시아~북미 항로의 1만~2만TEU급 컨테이너선이 올해 4월에는 90척으로 급증했다.
반면 4천~5천TEU급 선박은 177척에서 70척으로 줄었다.
파나마운하에서 밀려난 선박들이 아시아 항로에 대거 투입되면서 동북아시아 역내 항로를 다니는 컨테이너선은 1천499척에서 1천621척으로 늘었다.
특히 확장 이전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던 최대 규모(파나막스급)인 4천~5천TEU급 선박은 71척에서 143척으로 배나 늘어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 파나마운하를 거쳐 미국 동안으로 가는 화물의 출발지가 홍콩항에서 싱가포르항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는 것도 큰 변화로 꼽힌다.
박용안 박사 등은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이 아시아~파나마운하~미국 동안 항로의 물동량 증가를 가져오고 있어 우리나라 해운선사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현대상선, SM상선, 고려해운 등 국적선사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싱가포르를 허브항으로 해서 촘촘한 환적망을 구축한 PIL 등과 같은 아시아 역내 선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하거나 새로운 화물유치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국적선사들이 미국 동안의 항만에 직기항할 수 있는 선대를 확보하지 못한 현실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동남아 항로와 동북아 항로에서 미국 서안과 미국 내륙으로 가는 화물의 유치에 주력하고, 동남아 주요 항만에 전용 터미널을 확보해 국적선사들의 운항 원가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형 항만이 집중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 허브항으로 연결하는 환적망을 구축해야 한다.
아시아 역내 항로의 선박들이 대형화하는 추세에 대응해 국적선사들도 선박을 키우는 동시에 1천TEU 미만 초소형선 등 다양한 크기의 선박을 확보해 기항지 항만의 특성과 수시로 변하는 국제교역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적선사들이 운항비용을 낮춰 글로벌선사들에 대항하려면 미주 항로에서 선박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운항하고, 터미널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파마나운하 확장에 따른 선사들의 미국 동안 서비스 확대와 물동량 증가로 우리나라 항만들도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박용안 박사 등은 분석했다.
부산항 등 국내 항만이 파마나운하 확장의 효과를 높이려면 먼저 동일한 터미널에서 환적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대형선과 소형선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
선사들의 터미널 공동사용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연계 수송물량을 더 많이 확보하고, 아시아~북미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이 왕복 모두 부산항에 기항하도록 항만사용료를 일정 부분 감면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박용안 박사 등은 주문했다.
lyh950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