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 잃은 부모·아내 잃은 남편…'마지막 인사'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 당신을 닮아서 너무 행복해. 자기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화마에 남편을 잃은 아내는 울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애달픈 마음을 전했다. 딸을 잃은 어머니도 언제나 '이쁜 공주'였던 자식을 추억했다.
31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남동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는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로 숨진 근로자 9명의 합동 영결식이 거행됐다. 희생자 A(36)씨의 아내는 "나 밥 잘 먹고 아들 건강하게 키우고 우리 손주도 잘 보고 얘기해줄게"라며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자. 사랑해"라고 남편에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A씨는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불길을 뚫고 4층으로 뛰어 올라갔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유족들이 힘겹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어나갈 때마다 주변에서도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한 유족은 끝내 실신해 식장 밖으로 실려 나갔다.
희생자 B(25·여)씨의 어머니는 "우리 딸 이 순간이 지나면 어디 가서 널 보겠니.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울음을 삼켰다.
힘들게 딸을 추억하던 그는 "이쁜 공주야 그래도 못난 엄마가 널 보내야 한다. 내 딸아 하얀 천사…"라고 떨리는 말끝을 잇지 못했다.
아내 C(63)씨를 잃은 남편도 "사랑하는 나의 여보, 하늘 나라에서는 부디 좋은 풍경 구경 실컷하고 다시 만날 때까지 편안하길 바랄게요. 사랑해요"라고 애도했다.
이번 화재 희생자 중에는 신혼 2년차 아내, 생후 1개월 된 아기 엄마, 갓 입사한 신입사원 등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가 많아 주변을 더욱 슬프게 했다.
화재 발생 열흘 만에 열린 합동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이강호 남동구청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뜨거운 여름 이들은 멀쩡히 출근했던 일터에서 한 줌 재가 되어 돌아왔다"며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대한민국 일터에서 더이상 이 같은 참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구청장도 "희생자들은 유가족 여러분과 우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가장 소중한 그 모습 그대로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화장장에서 화장 후 각각 마련된 장지에 안장된다.
이번 화재는 이달 21일 오후 3시 43분께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1공장 4층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소방대가 신고를 받은 지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고 공장 천장 단열재(우레탄폼) 때문에 유독가스가 대량 발생해 인명피해가 컸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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