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잇단 EU 회원국 접촉…미·EU 불협화음 속 '反러 전선 약화' 시도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다음 달 18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타스 통신 등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15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모스크바를 찾는다.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며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두 사람은 최근 선거에서 승리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8월 두 차례 부다페스트를 찾아 오르반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그는 작년 방문 때 러시아가 사업비의 80%를 차관 형식으로 지원하는 헝가리 원전 확장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선물을 안겼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작된 유럽연합(EU)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실패했다며 해제를 주장하는 등 러시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푸틴 대통령은 헝가리 뿐 아니라 최근 오스트리아, 독일 정상들과 만나며 서유럽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이달 18일에는 오스트리아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열린 카린 크나이슬 외무장관의 결혼식에 외교적 논란을 무릅쓰고 참석했다. 이 결혼식에서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즉석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오스트리아 연립정부에 참여한 극우 자유당은 2016년 러시아 집권여당 통합러시아당과 상호협력 협정을 맺는 등 줄곧 친러 행보를 보였다.
크나이슬 장관은 무소속이지만 자유당 몫으로 내각에 입각했다.
푸틴 대통령은 결혼식이 끝난 뒤 바로 베를린으로 이동,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두 사람은 올해 5월 러시아 휴양도시 소치에서 만난 뒤 3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수입하는 독일을 '러시아의 포로'라며 막말을 한 데 대해 두 사람은 보란 듯 정상회담에서 밀접한 관계를 과시했다.
미국과 EU의 불협화음을 틈타 러시아가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주변국은 물론 EU 맹주인 독일과 관계 개선을 통해 서방의 반러시아 전선을 약화하는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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