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박해민 등 발탁으로 대회 내내 '병역 미필자 배려' 논란
선수연령 제한·대표팀 지원할 기술위원회 부활 필요성도 제기
(자카르타=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일본을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아울러 총 7번의 대회에서 다섯 번째 정상을 밟았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다.
야구대표팀이 이번만큼 팬들의 응원을 받지 못한 적은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유일하게 프로 선수들로만 팀을 꾸렸다. 이번 대회를 위해 KBO리그도 3주나 중단했다.
그런데도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섞인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1-2로 패하고, 실업(사회인)야구 선수들로만 구성된 일본에도 속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등 정상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선동열 감독은 "처음부터 대표팀을 구성할 때 최고의 선수를 뽑겠다 했다"고 밝혔음에도 선수선발 과정부터 잡음이 일었다.
'미필자 배려' 논란을 자초한 내야수 오지환(LG 트윈스)과 외야수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의 발탁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번 대표팀에는 병역 미필 선수가 이전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경찰청과 상무 입대까지 포기한 오지환과 박해민이 최종엔트리에 들면서 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오지환과 박해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했다.
이 때문에 대놓고 병역을 기피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선 감독이 둘을 대표팀에 불렀다.
그러자 '과연 이들이 현재 리그 최고의 선수냐'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결국 선수의 사정과 소속 구단의 고민까지 한꺼번에 해소해 준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했다.
아울러 아시안게임이 사실상 프로 선수들의 합법적인 병역기피 통로로 변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선 감독과 대표팀에 큰 짐이 됐다.
대만과 첫 경기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한국야구는 금메달은 땄지만, 더 큰 과제를 안았다.
사상 첫 야구국가대표 전임 사령탑인 선동열 감독은 내년 프리미어12에 이어 2020년에는 야구가 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하는 도쿄올림픽에서 우승의 영광을 재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이번 대회 선수선발이나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다시 한국야구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위원회 부활의 필요성도 다시 거론된다.
KBO는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도입한 지난해부터 기술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선 감독에게는 대표 선발 및 팀 운영의 전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대표팀 성적에 따른 영광과 비판 모두 오롯이 선 감독의 몫이 됐다.
최적의 대표팀 구성과 운영을 돕고 함께 책임을 나눌 수 있는 조력자가 있다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으리라고 야구인들은 지적한다.
아울러 아시안게임 등에는 아마추어 선수가 출전하거나 프로 선수라 하더라도 23세 이하 등 연령 제한을 둬 미래를 대비하는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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