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배구여제' 김연경(30·터키 엑자시바시)의 눈가에도 이슬이 촉촉이 고였다.
충혈된 눈으로 인터뷰에 임한 김연경은 "도움이 된다면 뛸 수야 있겠지만, 상황을 지켜봐야겠다"며 4년 후 아시안게임 출전 언급을 피했다.
김연경이 개인 4번째 아시안게임을 동메달로 마쳤다.
김연경을 앞세운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1일 일본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이겨 3위를 차지했다.
2006년 도하 대회, 2010년 광저우 대회, 2014년 인천 대회를 거쳐 자카르타에 온 김연경의 아시안게임 여정도 사실상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의 최종전이라는 의미 탓인지 그는 경기 후 동료들과 눈물을 함께 흘렸다.
김연경을 비롯해 절친한 세터 이효희(38·한국도로공사), 센터 양효진(29·현대건설)·김수지(31·IBK기업은행) 등 이번 대표팀의 주축 4총사는 다음 아시안게임을 기약할 수 없는 30대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일본과의 경기를 더욱 애틋하게 느꼈다.
김연경은 "값진 동메달"이라고 운을 뗀 뒤 "어려운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잘 해줘서 동메달을 딸 수 있어서 기분 좋고, 아쉽지만 마무리를 좋게 할 수 있어서 동료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경기 후 단체로 흘린 눈물의 의미를 김연경은 두 가지로 풀이했다.
그는 "사실 고생을 많이 했고, 훈련도 많이 했는데 그 기량이 실전에서 잘 안 나와서 속상했다"며 "목표로 한 금메달을 못 따서 오늘 좀 더 잘하려고 했었고, 일본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겨서 눈물을 흘린 것 같다"고 했다.
김연경은 또 "눈물을 보인 선수들이 사실 이번에 마지막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라며 "마지막이어서 이젠 뛸 수 없으니 새로운 감회로 잘하고 싶어서 눈물을 흘린 것"이라고 했다.
자신도 약간 울었다던 김연경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다만, 못 나간다고 못 박진 않았다.
출전을 원하는 배구계나 팬들의 여론이 상당할 것이라는 물음에 김연경은 "팀에 보탬이 되면 좋겠지만, 언제까지 내가 (배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젠 후배들이 이끌어가야 하는 부분"이라며 "(팀에)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상황을 봐야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연경은 태국과의 준결승전에서도 2세트와 4세트에서 앞서다가 세트를 내준 뼈아픈 경험 탓인지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듀스 접전을 벌인 4세트를 내주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4세트에서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매조진 동료들에게 거듭 고맙다는 뜻을 건넸다.
김연경은 "당분간 쉴 예정"이라며 "대거 바뀌는 세계선수권대회 대표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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