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연정의 재정 완화 정책으로 공공부채 위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국제 신용평가 회사 피치가 이탈리아의 채무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피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검증되지 않은 이탈리아 새 정부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이탈리아 국가 채무의 장기 전망을 이같이 조정했다.
피치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연립정부가 재정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매우 높은 공공부채 수준이 잠재적인 충격에 노출될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32%의 달한다. 이는 세계 3위,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2위에 해당한다.
피치의 이탈리아의 채무전망 하향은 지난 3월 총선에서 약진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극우정당 '동맹'이 손잡고 연정을 출범시킨 지 꼭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난민에 강경하고,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두 정당은 저소득층에 월 780유로(약 100만 원)의 기본소득 지급, 세금 인하, 연금 수령 연령을 상향한 지난 정부의 개혁안 폐지 등 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EU와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또한 지난달 14일 일어난 제노바 고가 교량 참사를 계기로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일제 점검 필요성이 커졌다며, 내년 예산 계획에서 국가 재정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규정한 EU 재정 규약을 준수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아울러, 피치는 이날 성명에서 "연정을 구성한 두 정당 사이에 정책적 차이가 상당하고, 이들이 제시한 공공부채 감축 목표와 선거 공약 사이의 모순을 생각할 때 '이탈리아 리스크'는 지난 3월 이후 지속해서 증가해왔다"며 "이런 정책적 갈등이 어떻게 해소될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이 발달한 부유한 북부에 지지 기반을 둔 동맹은 세금 인하에 정책의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가난한 남부에서 지지율이 높은 오성운동은 기본소득 도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들은 또 이탈리아 토리노와 프랑스 리옹을 잇는 고속열차(TAV)를 비롯한 인프라 사업에 있어서도 동맹은 찬성하는 반면, 오성운동은 반대하는 등 핵심 국가 정책 상당수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뒤 실업률 고공 행진 속에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이탈리아 경제는 최근 성장세로 돌아섰으나, 여전히 주변국에 비해 더딘 성장률을 보이며 경제 규모도 금융위기 이전의 94%에 머물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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