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와 분리돼 위원 29→17명…소모적 정치공방 사라져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20대 국회 후반기 들어 새로 출범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의사 진행으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여야 원 구성 협상을 통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가 교육위원회와 문체위로 나뉘면서 상대적으로 쟁점이 적은 문체위가 문화체육관광 분야 지원과 육성에 집중할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국회에 따르면 문체위는 지난달 27일 첫 전체회의를 5시간 40여분 만에, 29일 두 번째 전체회의를 불과 28분 만에 마쳤다.
20대 국회 전반기만 해도 교문위가 치열한 보충질의로 차수 변경을 밥 먹듯 하며 전체 상임위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국회 불을 밝혔던 것을 고려할 때 격세지감이 든다고 문체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교문위에서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때로 정치공방도 벌였던 주제는 국정 역사 교과서, 학교 무상급식, 대학 입시제도 등 민감한 교육정책과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교문위원이 29명에 달해 1명이 5분씩만 질의해도 3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거친 분위기 속에 회의가 파행으로 치닫기 일쑤였고, 문화체육관광 분야 정책질의는 부차적인 취급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체위로 바뀐 후로는 여야 간 소모적인 공방이 눈에 띄게 사라졌다. 위원 수도 17명으로 아담하게 줄었다.
안민석 문체위원장은 첫 전체회의를 산회하면서 "지난 6년 동안 교문위 체제 속에서 국회와 정부는 문화체육관광의 암흑기를 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앞으로 문체위가 일하는 상임위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문체위가 심심한 상임위가 된 것은 아니다. 결산심사와 정책질의를 통해 의미 있는 제언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간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국 전통문화 발전 등에 소홀한 점을 지적했고, 자유한국당 박인숙 간사는 문체부 예산 실집행률이 저조한 점을 짚었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간사는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지키기 위해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배출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결산심사를 위한 전체회의 때 일찌감치 회의장에 나와 충분한 문화 재정 확보에 대해 조언을 하는 등 국회 원로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정기국회 기간 문체위는 새로운 시도의 장이 될 전망이다.
안 위원장은 여야 간사 합의로 매달 한 차례씩 문체위원들과 함께 연극 공연장이나 뮤지컬 공연장, 스포츠 경기장 등을 직접 방문하는 일정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안 위원장은 또 "문화는 상상력이다. 옷부터 바꿔보자"며 문체위원뿐 아니라 문체부와 문화재청 등 소관 기관 관계자들에게 '문화적인 분위기'의 복장을 착용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벌써 청바지, 한복, 태권도복 등을 입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문체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만약 성사되면 엄숙한 국회에서 전례 없던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손혜원 간사는 체육시설,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 등을 아우르는 지역 융복합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자 일본 사가현 서부의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소개, 여야 간사를 중심으로 한 문체위원들의 현장시찰이 추진되고 있다.
문체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휘발성 높은 교육 현안이 분리되자 생산적인 토론이 살아났다"며 "문체위 출범 초반부터 국민에게 박수받는 상임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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