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선발전 탈락 아픔 딛고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金
(자카르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오연지(28·인천시청)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 때의 아픔이 그 눈물 속에 씻겨내려 갔다.
오연지는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라이트급(60㎏) 결승에서 태국의 슈다포른 시손디(27)에게 4-1(29-27 28-28 27-29 29-27 28-28) 판정승을 거뒀다.
5명의 부심 중 2명이 28-28로 똑같은 점수를 줄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 다만 그 2명의 채점표에는 오연지에게 별(*)표가 붙었다. 근소하게나마 오연지가 앞섰다는 표식이었다.
경기 뒤 조마조마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오연지는 주심이 그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캔버스에 주저앉아 기도를 올렸다.
태극기를 건네받아 링 주위를 돌며 마음껏 기쁨을 만끽했다. 말수가 극히 적은 데다 겁많은 성격의 오연지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시상식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오연지는 "행복해서 미칠 것 같다"며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꿈이 이뤄져서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돌아보면 먼 길을 돌아왔다.
오연지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패했다.
당시 오연지의 세컨드이던 김태규 인천시청 코치는 링에 올라가 항의하다 5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원찬 인천시청 감독 역시 김 코치와의 연대책임을 이유로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가장 큰 목표였던 올림픽 진출의 꿈도 이루지 못했다.
오연지는 여자복싱이 처음 도입된 2012년 런던 올림픽 땐 국내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선발대회 8강전에서는 또 한 번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되며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오연지는 억울한 판정 탓을 하는 대신 "내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졌다"며 더욱 이를 악물었다.
그런 아픔을 딛고 출전한 첫 아시안게임이었다. 결연한 각오로 이번 대회에 임한 오연지는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지고 노련해졌다.
그는 16강, 8강, 준결승부터 결승까지 줄줄이 강적들을 만났으나 차례차례 무너뜨리고 한국 여자복싱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경기 전, 지든 이기든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내려가겠다고 다짐했다"며 "또 내 능력을 발휘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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