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학교 교사가 학생들 압박해 나체사진…온라인 판매 의혹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캐나다의 한 유서 깊은 발레단이 성추행 스캔들로 발칵 뒤집혔다.
발레단의 발레학교에서 재직했던 한 교사 겸 사진사가 미성년자를 포함한 학생들을 압박해 이들의 누드나 세미누드 사진을 찍고 나중에는 사진을 팔기까지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학생들이 이 교사와 학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고들은 로열위니펙발레단 발레학교의 학생들로, 지난 2015년부터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로열위니펙발레단은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 기관 가운데 하나로 영연방에서 여왕으로부터 '로열'(royal)이라는 칭호를 처음 받은 발레단이다.
원고들의 주장에 따르면 발레학교의 교사·인스트럭터이자 사진가였던 브루스 멍크의 성적 학대 행위는 거의 30년에 걸쳐 있었다.
그가 학생들을 꾀어 신체를 드러내거나 성적으로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게 한 다음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사라 두세는 1990년대에 로열위니펙의 학생이었다. 두세는 16살이나 17살이었을 때 멍크와 포트폴리오 사진을 찍었다.
두세의 말에 따르면 멍크는 댄스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몇 장 찍은 다음 개인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얼굴 사진을 찍자고 했다.
두세는 멍크가 사무실 문을 닫고 카메라를 설치한 뒤 "부드럽지만 끈질기게 나에게 어깨끈을 내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두세는 경쟁이 치열한 학교의 인스트럭터로 있는 멍크가 화를 낼까 봐 그의 말대로 했고 상반신을 드러낸 사진을 몇 장 찍어야 했다.
로열위니펙의 학생이었던 다른 여성들도 비슷한 일을 공개하자 위니펙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이후 캐나다 국립미술관 벽에 사진이 걸릴 정도로 뛰어난 사진가였던 멍크가 사진 일부를 온라인에서 팔아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현재 46세의 나이로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사는 두세는 자신의 상반신 나체사진이 어느 나라에선가 벽에 걸려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검찰은 유죄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로 결국 멍크를 기소하지 않았다. 경찰 수사는 두세를 포함한 3명의 여성에 집중됐는데 이들이 사진을 찍힌 것은 캐나다가 관련 처벌 조항을 시행한 1993년 이전으로 멍크의 행위가 입증된다고 해도 당시는 불법이 아니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두세는 어쩔 수 없이 멍크와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그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할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온타리오 법원이 지난 7월 허가한 집단소송은 두세가 대표당사자로 1984∼2005년 멍크에게 피해를 봤다는 발레학교 출신들이 원고로 참여했다.
원고 측 마거릿 워델 변호사에 따르면 집단소송의 잠재적 참가자는 60명으로, 소송의 진행 과정과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015년 해고된 멍크와 로열위니펙측은 각각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워델은 학생들이 발레 경력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사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레학교는 멍크에게 카메라를 쥐여줘 사건이 일어난 환경을 만든 책임이 있다고 워델은 지적했다.
두세는 "지난 4년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4년이었다"고 말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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